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15 00:01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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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정부가 유류세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물가 급등세의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인 유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법정 최대한도까지 유류세를 낮춰 물가안정에 다소나마 기여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현재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탄력세율을 최대한 확대해도 가격하락 효과가 미미한데다 정부가 남겨 둔 마지막 카드인 탄력세율까지 조정하고 나면 앞으로 사용할 정책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또 실질적인 가격인하가 이뤄지려면 탄력세율 인하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이는 법을 고쳐야 가능하기 때문에 절차상의 문제와 함께 거대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어서 당장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여권에서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포함한 추가 물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유류세 추가 인하 검토를 언급한데 이어 국민의힘도 이에 가세한 모양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1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외적변수와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에 의해 정부의 물가관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유류세 탄력세율을 최대한 높여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는 석유류를 구매할 때 붙는 유류세 인하 폭을 현재 30%에서 37%까지 늘려 가격을 낮추자는 주장이다.

탄력세율은 조세의 경기조절 기능을 수행하고 자치단체의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법률로 정한 기본세율을 정부가 경제 사회적 여건에 따라 국회 의결 없이 탄력적으로 인상 또는 인하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만약 유류세 가운데 탄력세인 교통세를 최대한도까지 적용하면 휘발유가격 인하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현재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는 법정 기본세율(리터당 475원)보다 높은 탄력세율(리터당 529원)을 적용하고 있는데, 탄력세율 대신 법정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30% 인하 조치를 시행하면 유류세는 리터당 516원까지 내려간다. 이는 유류세 30% 인하 시와 비교하면 리터당 57원의 인하 효과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므로 국회의 동의 없이 추진할 수 있어 언제든지 가능하다. 앞서 정부는 2008년과 2010년, 2018년에 탄력세율을 적용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린 전례도 있어 이를 시행하는 것은 정부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문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최대한 조정하더라도 가격인하 효과가 극히 적을 것으로 보인다는데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이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당분간 멈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당장 탄력세율을 내려도 유류가격을 끌어내리는 데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통상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류세 추가 인하 조치가 가격에 반영되더라도 가격이 내려간 만큼 다시 국제유가가 올라가므로 국민 부담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법을 고쳐서라도 유류세 인하한도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의장이 "탄력세율로 조절 불가능한 것은 추후 입법을 통해서라도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한도를 늘리는 것은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과 진통이 뒤따라야 한다. 국회가 원 구성에 차질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장 법 개정을 논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고, 만약 개정논의를 하더라도 야당이 순순히 동의해줄지도 의문이다.

턱없이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국민들이 겪는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 당장 탄력세율을 조정하는 게 옳다. 필요하다면 유류세 인하한도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차제에 일정 기간의 가격 오르내림 폭에 맞춰 세금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탄력세율 적용 규칙을 새로 만드는 것도 고려할만 하다. 그래야만 기름값이 급등락할 경우 국민이 받는 충격과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고, 그것이 탄력세율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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