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6.24 12:14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제공=포스코)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이런 일이 발생한 것도 잘못됐지만 사건 발생 직후 피해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포스코 조직관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쉬쉬 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포스코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이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내·외부에서 쏟아진 질타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회사 측이 공식적인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포스코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피해 사실을 미리 알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회사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분노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여러 직원에 의해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됐다는 것은 포스코가 그동안 강조해 온 윤리·정도경영의 수준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에 따르면 포스코 포항제철소 여직원 A씨는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혐의로 직원 2명, 성희롱한 혐의로 직원 1명도 함께 고소했다.

해당 여직원의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여러 직원에 의해 성희롱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여직원은 지난해 12월 포스코 감사부서인 정도경영실에 성희롱 사실을 신고했지만 근본적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조치라곤 피해 여직원을 다른 부서로 옮겼다가 석 달 만에 원래 보직으로 복귀시킨 것이 전부였다. 성희롱을 넘어 성폭력이 이뤄지도록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조처가 된 것이다.

성폭력 사건을 인지한 이후의 대응도 안이했다. 사건을 알고 난 이후 10여일 동안 같은 건물에 있는 A씨와 B씨 사택을 분리하지 않았고, 가해자에게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만 내리는 데 그쳤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런 피해 사실을 제철소장, 대표이사는 물론 임직원들에게 알렸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학동 대표이사(부회장) 명의로 낸 공식적인 사과문도 이번 사건에 대한 포스코의 인식의 수준을 짐작케 한다. 김 부회장은 "회사는 2003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성희롱·성폭력, 직장내 괴롭힘 예방 교육 등 사내 윤리경영 캠페인을 지속해서 펼쳤지만 아직도 회사 내에 성윤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성윤리에 대한 추가적인 집합교육을 실시하고 공신력 있는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사내 성윤리와 관련된 임직원들의 인식수준을 면밀히 진단해 근본적인 쇄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야 말로 사과문은 원론적인 수준이다. 이번 사건은 대표이사 본인이 책임져야 할 정도로 엄중한 것이다. 단순히 직원들의 성윤리가 부족한 것에서 발생했다고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피해자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회사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대표이사가 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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