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13 00:00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오늘날 잠수함요원들은 물 속에서 숨을 쉬며 생존할 수 있다. 사람이 물 속에서 살려면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어야 하고, 체온 유지도 가능해야 한다.

그렇다면 인류 역사상 물속에서 일정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었던 최초의 사람은 누구일까.

기록상 최초로 물속에서 생존한 사람은 기원전 332년 알렉산더 대왕 때로 거슬려 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기록을 남겼다. 역사상 처음으로 바닷속에서 생존한 사람은 알렉산더 시절의 정찰병으로 알려져 있다.

이보다 더 일찍 물속에서 생존한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3일간이나 물속에서 살아 남았다고 한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성경 요나서(요나 1:17, 2:10)에는 이런 표현이 있다. 

“여호와께서 이미 큰 물고기를 예비하사 요나를 삼키게 하셨으므로 요나가 밤낮 삼 일을 물고기 뱃속에 있으니라. ...여호와께서 그 물고기에게 말씀하시매 요나를 육지에 토하니라.“

요나서가 기록된 이 때는 BC 793~753년으로 추정된다. 알렉산더 대왕 시절보다 약 450년 이전이므로 요나는 최초로 바다 속에서 생존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성경에 기록된 사건 중에는 실제 자연현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있는 반면에, 실제 자연현상에서는 일어날 순 없지만 신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들도 많다. 이런 것들을 ‘기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물고기 뱃속에서 3일동안 살아남은 요나의 이야기는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아니면 기적일까?

어떤 이들은 이러한 사건이 실제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주에서 열린 낚시 대회에서 백상아리 상어(Great White shark)가 2.1m 길이의 80kg 더스키 상어(Dusky shark)를 통째로 삼키는 것이 목격되었다. 그래서 사람도 통째로 삼킬 수 있다고 한다. 또 향유 고래가 대왕오징어를 통째로 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도 통째로 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래가 사람을 삼킬 수 있다고 해도 뱃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사실 전혀 다른 문제이다. 고래뱃속에서 사람이 생존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대부분의 포유류와 달리 고래의 호흡기 시스템은 소화 시스템과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송풍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고래는 반복적으로 떠오르고, 트림을 하고, 많은 새로운 공기를 삼킬 수 있기에 고래 위장에 들어간 사람도 숨을 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고래가 삼킨 동물이 살아 있으면 소화활동은 시작되지 않아 위액이 분비되지 않으므로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고래나 상어 같은 거대한 해양생물이 사람을 삼킨다면 사람이 그 속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나와 유사한 사례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1891년 2월 중순 21살의 미국 어부 제임스 바틀리(James Bartley)는 고래잡이 배 The Star of the East를 타고 나가 작업하다가 거대한 향유고래(Sperm Whale)에 먹혔다고 한다. 3일뒤 그 고래는 포경선에 잡혔고 그 죽은 고래의 위에서 제임스 바틀리가 살아 있는 채로 나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뉴욕월드 신문에 게재되었으며, 그는 현대판 요나로 기록되고 있다.

2016년에 56세의 스페인 어부 루기 마퀴아즈(Luigi Marquez)는 폭풍우로 바다에 빠진뒤 고래에게 삼켜졌다. 그는 3일 밤낮 72시간을 고래 뱃속에서 어둠과 추위, 지독한 냄새 속에서 버티며 손목시계 불빛으로 살아있는 물고기까지 먹었으며, 고래가 뱉어내는 바람에 살아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2021년 6월 11일 미국에서는 마이클 패커드라는 사람이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잠수했다가 혹등고래 입 속에 빨려 들어가서 30~40초 동안 있다 고래가 뱉어냈다는 기사가 실린 바 있다.

이런 보도를 보면 요나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일어나고 있는 가능한 이야기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사람이 고래나 상어 입에까지 들어갈 수 있고 혹은 삼켜질 수 있더라도 삼켜진 상태에서 뱃속에서 생존하는 것은 모두 불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사람을 삼킬 만한 큰 고기는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우선,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큰 물고기는 고래상어(whale shark)이다. 또한 돌묵상어(basking shark)도 크기 만으로 보면 사람을 삼킬 만큼 크다. 하지만 이 두 짐승 모두 생긴 것과는 달리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먹는다. 그래서 사람을 먹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억지로 사람을 삼키려 해도 입은 크지만 고래상어(whale shark) 경우 식도의 너비가 1인치에 불과하므로 사람을 삼킬 수 없다. 고래상어에 대한 실험결과 사람을 삼킨다면 곧 뱉어낼 것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향유고래는 위가 암소와 같아서 4개나 있고 산 채로 먹이를 먹고 소화도 시킬 수 있어 사람이 위 속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제는 향유고래의 소화관에는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산소가 없다면 5분이면 사람이 죽을 수 있다. 향유고래 뱃속에서 사람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을 삼킬 수 있을 만큼 큰 백상아리(Great White shark)와 그루퍼(Grouper)를 놓고 가능성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역시 입 속에 사람이 산채로 들어갈 수 없지만 혹시 들어갔다고 해도 이들 물고기에는 입과 배를 물로 채우기에 금방 익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현존하는 해양생물체 중에 사람이 그 뱃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1891년 미국 어부 제임스 바틀리나 2016년 스페인 어부 루기 마퀴아즈가 경험한 것들은 무엇일까. 제임스 바틀리의 경험에 대해 1918년 Edward Davis라는 이가 검증을 했다. 그는 이 사건이 날조되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가 탔었던 배라고 알려진 The Star of the East는 고래잡이배가 아니었고, 그 배에 제임스 바틀리는 선원 명단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배 선장은 일찍 죽었지만 선장 부인이 그 이야기는 날조되었다고 증언해 주었다. 스페인 어부 루기 마퀴아즈 이야기도 혼자만의 주장일 뿐 그의 경험담을 사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된다. 

성경에는 요나를 삼킨 생물이 ‘큰 물고기’라고 되어 있지 정확히 어떤 생물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지금은 멸종되고 없는 생물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직까지 사람이 발견하지 못한 생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과학자나 해양생물학자들도 현존하는 수중생명체 중에서 사람을 삼킬 수 있고 사람이 그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물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아직까지 요나를 삼킨 그 큰 물고기의 정체는 밝혀내지 못했다. 그리고 고래, 상어, 물고기 등 현존하고 있거나, 기록상에 있는 모든 수중 생명체 중 사람을 삼킬 수 있고 그 뱃속에서 사람이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혀진 것은 없다. 즉, 현재까지 알려진 수중 생물을 기준으로 볼 때 성경에 있는 요나의 생존기는 자연현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고, 신의 섭리에 의한 기적의 영역으로 봐야 하겠다. //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잠수함을 주제로 연구하면서 관련 상식을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이메일(kommandantchoi@gmail.com)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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