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4.14 10:46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물속에 있는 잠수함을 어떻게 탐지할 수 있을까?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잡는 수동소나나 음파를 쏘아서 반향음으로 잡아내는 능동소나가 있다. 소나는 수동이든 능동이든 소리 즉 음향신호를 이용하는 것인데, 소나가 아닌 방법으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들을 비음향센서(non acoustic sensor)라고 한다. 수상함, 항공기, 인공위성 등에서 이러한 비음향센서로 잠수함을 탐지하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잠수함에도 비음향센서가 있을까?

1980년대 후반 소련의 빅터급 핵추진공격 잠수함 K-147은 6일 동안 미국 전략핵잠수함Simon Bolivar함을 추적했다고 밝혔다. 당시 많은 군사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믿었지만, 최근 기밀해제된 CIA 보고서는 소련 잠수함이 비음향센서로 미국 잠수함을 추적했다고 결론지었다. 

소련 잠수함은 소나를 사용하지 않고 수중에 있는 표적 잠수함을 어떻게 추적할 수 있었을까.

잠수함의 비음향센서 원리는 표적 잠수함이 수중에서 항주하며 남기는 흔적을 찾아가는 것이다. 잠수함이 지나가면서 생기는 웨이크는 잠수함 뒤에서 대략 원뿔 모양으로 확장되며, 길이와 시간에 따라 강도가 소멸된다. 이 웨이크는 기존에 있던 물의 성분 변화를 일으키는데 잠수함의 비음향센서는 물의 성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감지할 수 있는 성분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움직이는 모든 잠수함은 뒤에 작은 거품의 흔적을 남긴다. 세심한 설계와 정밀한 제작으로 잠수함 프로펠러의 캐비테이션을 줄이기 위한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었지만 회전하는 추진기 주변의 물에 생기는 기포를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 이때 발생한 기포는 몇 시간 동안 수중에 머무른다. 

또한, 추진기 회전으로 발생하는 소용돌이로 인해 물이 섞이면서 염도, 밀도와 압력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잠수함이 지나가면 수중에 있는 해양 미생물을 자극시켜 생체발광이 일어나는데 빛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매우 약하지만 독특한 방사능을 방출하는데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아마 해수온도의 차이일 것이다. 디젤잠수함은 스노클 후에 디젤엔진에서 가열된 해수를 배출한다.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 냉각에 사용되는 온수를 지속적으로 방출한다. 미국 발표에 의하면 대형 핵잠수함은 분당 10,000리터 이상의 냉매를 필요로 한다. 원자로에서 열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이 물은 주변해수보다 10도 더 따뜻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한 온기는 잠수함이 통과한 후 몇 시간 동안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물을 통과하는 선박은 그 뒤에 뚜렷한 화학적 흔적을 남긴다. 여기에는 부식을 줄이기 위해 장착된 성분이나, 작은 페인트 입자, 녹 및 아연이 포함될 수 있다. 또 물을 전기분해해서 산소를 생산하는 잠수함에서는 화학반응 후에 발생하는 수소도 발생한다.

이러한 비음향센서가 과연 효용성이 있을까. 비음향센서도 소나센서가 환경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해양환경이나 다른 선박에 의해 간섭을 받을 수 있기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오늘날 컴퓨터 신호처리와 AI 기술 발전으로 감지기의 성능이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으므로 비음향센서의 효용성이 점차 더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비음향 센서들이 왜 필요할까?

가장 큰 이유는 표적 잠수함들이 갈수록 소음을 덜 내기 때문이다. 핵추진잠수함도 소음감소시스템을 도입, 매우 조용해져 가고 있으며, 디젤잠수함도 AIP를 탑재해 더욱 조용해졌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최신 Kilo급과 Lada급이 매우 조용해서 수동소나로 감지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수동소나는 수중해양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비음향센서들을 개발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잠수함 비음향센서의 개발과 운용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이다.

1969년 소련 노벰버급 잠수함 K-14에 SOKS로 알려진 항적추적장치를 설치하였는데 이것이 최초의 비음향센서로 알려졌다.

러시아 SOKS는 Systema Obnaruzhenya Kilvaternogo Sleda의 약어로서 영어로는 Wake Object Detection System (항적탐지체계)로 표기될 수 있다.

미국은 1969년 소련잠수함의 SOKS를 알게 되었지만, 그 실용성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 잠수함이 SOKS를 이용하여 미국 SSBN을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소련은 K-14 이후에도 비음향탐지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방사능 원소 흔적을 감지하는 기술도 축적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SOKS에 대한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최신형 공격핵잠수함 Akula급과  Yassen 급에 최신 버전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방 국가에서는 영국이 약 30년 전부터 핵추진공격잠수함(SSN)에 비음향센서를 설치하여 시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HMS Trafalgar함이 2006년 8월 포츠머스에 입항하는 장면이 찍혔는데 함교탑 앞쪽에 여러 형태의 비음향센서가 있고, 함교탑 우현에도 두 쌍이 있었다. 이 센서는 2009년까지 장착된 상태로 유지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HMS Torbay함은 함교탑의 왼쪽에 비음향센서를 장착했는데 2010년경까지 운용하다가 제거했다.

이후에도 트라팔가급 공격용 핵 잠수함에서 비음향센서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2019년 5월 8일 사진작가가 지브롤터만에 입항하는 HMS Talent함 사진을 찍어 공개했는데, 함수에 비음향센서를 설치하고 있었다.  2021년 2월, 지브롤터에서 촬영된 HMS Talent함이 공개되기도 했다.

Astute급 신형 공격용 핵잠수함은 처음 설계부터 비음향센서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관상 보이지 않지만 접이식으로 되어 있거나 흘수선 아래에 설치된 것으로 추측된다.

아직까지 잠수함의 비음향센서 관련 정보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 노출된 센서들 사진들을 보며 추측을 하고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비음향센서 관련 주제는 아직 보편화가 되진 않았지만 중요한 연구주제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물속의 극히 적은 양의 성분 변화를 감지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조만간 비음향센서는 기존의 소나와 연계하여 잠수함 탐지를 위해 유용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국내 최대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 전시관(International Submarine Archive)입니다. 이메일 kommandantchoi@gmail.com으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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