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11.08 12:52
고(故) 손복남 고문 (사진제공=CJ그룹)
고(故) 손복남 고문 (사진제공=CJ그룹)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항상 겸손함을 잃지 않았던 분이다. 아랫사람에게 하대한 적이 없었고, 특히 인품이 뛰어나셨다. 넓은 마음으로 포용해 주셨고, 따뜻한 말 한마디와 행동에서 녹아나는 고문님의 품격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CJ·삼성화재 임직원)

"선대 회장이 강조하셨던 겸허(謙虛)를 늘 마음에 두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CJ그룹의 탄생 주역이자 정신적 지주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8일 영면했다. 지난 5일 별세한 손 고문은 이날 오전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영결식을 갖고, 장지인 경기도 여주시 선영에서 고이 잠들었다.

영결식에는 유족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CJ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이선호 경영리더, 이경후 경영리더는 물론 동생인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홍라희 전 미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등 범 삼성가가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고인은 1933년 경기도지사와 농림부 양정국장 등을 지낸 손영기씨의 장녀로 태어났다. 1956년 삼성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인연을 맺은 뒤 슬하에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 이재환 재산홀딩스 회장 등 2남 1녀를 뒀다.

돋보이는 것은 삼성가의 맏며느리이자 어머니, 경영인으로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먼저 맏며느리로서의 역할은 삼성가는 물론 자타가 공인할 정도다. 이병철 회장이 곧은 심성을 지닌 맏며느리인 손 고문을 신뢰해 집안 대소사를 꼭 상의할 정도로 총애했고, 이 회장이 별세한 이후에는 시어머니인 박두을 여사를 2000년 1월 타계할 때까지 장충동 본가에서 모시면서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로서의 본분도 충실히 했다. 특히 장남인 이재현 회장에게 삼성가의 장손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겸허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라', '일 처리에 치밀하되 행동할 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며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가르치며 힘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경영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990년 전후 안국화재(현 삼성화재)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한 뒤 1993년 삼성그룹에서 제일제당이 분리될 때 보유한 안국화재 지분을 제일제당 지분과 맞교환해 이를 모두 이재현 회장에게 증여하면서 CJ그룹의 출범을 돕는 산파역을 했다. 이후 CJ그룹 고문 직함을 유지하며 회사가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커나가는 주요 기점마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조력자로서 막후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손 고문이 "글로벌 1등 기업이 되어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세계인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것이 사업보국의 사명을 완성하는 길"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다. 이 숙제를 푸는 것은 살아있는 자의 몫이다. 유족들과 CJ그룹 임직원은 고인이 남긴 가르침을 명심해 '월드베스트 CJ'라는 꿈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게 고인이 남긴 유지에 보답하는 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