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15 09:44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육상에서의 폭발이 수중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다. 표적 선박을 격침시킬 수단은 함포나 유도탄 등이 있는데 이는 육상에서의 공기 중 폭발과 동일한 원리이다. 철갑탄을 이용해서 관통시키거나 고폭탄을 이용, 내부 폭발을 시키고 2차 폭발을 유도한다. 하지만 포탄이나 유도탄으로 표적 선박을 반토막 내기는 쉽지 않다.

이들보다 훨씬 위력적인 무기가 수중무기이다. 수중무기는 수중 환경에 맞추어 개발되어 왔다. 선체 밑에 부착하는 부착용 폭탄이나 수중의 지뢰라고 할 수 있는 기뢰, 그리고 수중의 유도탄 같은 어뢰가 있다. 이들 수중무기로 적 함선을 침몰시키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다.

수중 무기개발자들은 수중폭파 시험을 해본 결과, 직접 부착해서 터지거나 충격을 가해 터지게 하면 선박의 한두 개 수밀격실이 침수가 되지만, 폭탄이 표적 선박의 선저 아래 몇 미터 이격해서 터지면 선체에 가공할 만한 피해를 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미국의 발명가 로버트 풀턴은 표적 선저 아래에서 비접촉 폭발시험을 실시하고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그때가 지금으로부터 200년도 더 된 1805년 이었다. 

문제는 폭탄이 표적의 선저 아래 이격된 곳에서 어떻게 터지도록 할 것인가였다. 접촉신관은 부딪히는 충격으로 작동하지만 부딪히지도 않아도 표적 가까이에서 터지게 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충격으로 터지는 충격신관에 상대하는 개념으로 충격이 없이도 터지는 신관을 감응신관이라 한다.

이러한 감응신관 중 자기감응이 가장 먼저 사용되었다. 함선은 주로 쇠로 만들기에 자성을 가지고 있다. 배가 가까이 오면 자력이 커지고 멀어지면 줄어든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표적이 가장 가까이 왔을 때 터지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인 1918년 영국은 독일 유보트에 대응, 최초로 자기감응기뢰를 개발해 사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이 보다 성능이 향상된 자기감응기뢰를 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의 어뢰가 중장갑으로 만들어진 전함에 대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 영국, 독일은 선저 아래에서 어뢰를 폭발시켜 배를 두 동강 내어 버리는 자기감응어뢰를 선보였다. 하지만 독일과 미국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자기신관 작동에 기술적 문제가 있어 주로 충격신관을 사용했다. 이러한 자기신관 문제는 1942년 초 해결되어 2차대전 종전까지 미국과 독일 모두 자기신관 어뢰를 사용했다. 

2차대전 후에는 어뢰의 기능이 더욱 향상되고 감응방법도 더욱 확대되어 기존의 자기감응 뿐 아니라 음향감응, 압력감응까지 적용되었다. 오늘날 사용하는 대수상함용 중어뢰에는 이러한 감응어뢰가 보편화되어 있다. 결국, 대수상함용 어뢰는 표적선박을 직접 맞추지 않고도 표적선박 중앙 아래에서 터지게 하여 표적을 두 동강 낼 수 있도록 개발되어 왔고 그러한 어뢰가 오늘날에는 널리 사용 중이다.

그렇다고 충격신관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표적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경우 충격신관을 써야 할 경우도 있다. 그래서 충격신관과 감응신관을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그럼 수중에서 표적과 직접 부딪혀 폭발하지 않는데도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주는 원리는 무엇일까? 수중에서 접촉폭발보다 비접촉폭발의 충격이 더 큰 것은 실험으로 확인된 현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지금까지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 해군의 논문 등 수중폭발 관련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열은 물을 기화시켜 고압가스 버블을 만들면서 이 충격파가 바깥쪽으로 전달되면서 표적에 충격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생된 버블은 수면으로 부상하면서 버블젯이 되어 선체에 충격을 주고, 물속에 발생했다가 없어진 버블의 공간은 저압이 되는데, 버블젯으로 들어올린 선체의 가운데가 저압쪽으로 처지면 결국 배를 반으로 쪼개버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스버블이 주위 압력과 평형을 맞추는 과정에서 반복적인 수축 팽창의 파동(펄스)이 발생, 선체를 내렸다 올렸다 하면서 선체에 손상을 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체에 충격을 주는 힘은 충격파와 버블젯, 파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 무기는 표적을 파괴할 때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표적을 관통하거나, 표적을 직접 맞추어 터지는 화학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떻게 수중에서는 직접 표적을 뚫거나 맞추지 않는데도 그 보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을까? 그건 물이 공기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폭발 에너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수중의 음속은 공기 중 음속보다 약 5배나 높기 때문에 에너지 전달력도 훨씬 크다.

따라서, 공기 중 폭발과 수중 폭발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동일한 폭약량을 기준으로 수중 충격파의 폭발력이 공기 중 보다 훨씬 크다. 또 공기 중 폭탄은 표적을 맞추어야 파괴력이 크지만, 수중폭탄은 표적과 떨어진 수미터 아래 이격되어 터지는 것이 파괴력이 더 크다. 그리고 공기 중에서 폭탄이 터지면 열과 파편으로 직접 피해를 주지만, 수중 폭탄은 폭발력이 버블을 만드는데 역할을 할 뿐, 직접적인 열과 파편으로 표적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럼 항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버블젯 어뢰란 무엇일까?

버블젯이란 수중에서 폭발하면 버블이 물속에 생기고 이 버블은 압력차로 인해 위쪽으로 올라가고, 버블이 수면에 도착하면 붕괴되면서 높은 분사에너지가 되어 물 기둥이 하늘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물줄기가 파괴된 배의 틈사이로 올라가면 손상을 가중시킨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잘못된 표현들이 있다. “버블젯 어뢰는 버블젯 현상을 통해 공격하는 대 잠수함용 무기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일단 수상표적에 충격을 주는 힘은 충격파와 버블의 파동이다. 이러한 힘이 버블젯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버블젯은 수중에서 폭발이 일어났을 때 수면 위에 나타나는 물리적 현상이지 어뢰의 한 종류가 아니다. 

잠수함 표적인 경우를 가정해 보면 물속 깊은 곳에 있는 잠수함 표적 근처에 폭뢰나 어뢰가 터지면 스팀버블의 충격파와 파동에 의해 표적잠수함 선체는 손상을 입고 깨지게 된다. 하지만 이때 발생한 버블은 수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에 에너지가 소진되어 수면위로는 버블젯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버블젯 효과는 주로 수상표적에 대한 폭발 시 발생하는 현상이다.

“북한이 버블젯 어뢰를 만들 기술이 있는가”라고 물어보는 이도 있는데 질문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우선 버블젯 어뢰라는 말 자체가 없고, 어떤 폭탄이라도 물속에서 터지면 버블젯이 생기기 때문이다. “북한이 감응어뢰를 가지고 있는가?”는 질문으로 성립된다. 오늘날까지 감응어뢰의 기술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수많은 실험결과가 축적되어서 어느 나라의 기술력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일반화되었으므로 북한도 감응어뢰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위협적인 어뢰가 일반인들에게 잘 각인이 되지 않은 이유는 수중폭파에 대해 접할 기회가 드물고,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실전에서 잠수함어뢰로 수상함을 격침시킨 경우가 단 세 차례에 불과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1971년 인도-파키스탄 해전에서 파키스탄 잠수함 Hangor함의 어뢰공격으로 격침된 인도의 Khukri함과, 1982년 포클랜드 해전에서 영국 잠수함 Conqueror함 어뢰공격에 의해 격침된 아르헨티나 General Belgrano함, 그리고 2010년 천안함의 경우이다.

잠수함이 수상함을 공격하는 어뢰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충분히 위협적임을 입증했지만, 오늘날에는 그 보다 더 큰 위력으로 수상함들을 위협하고 있다. //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국내 최대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 전시관(International Submarine Archive)입니다. 이메일 kommandantchoi@gmail.com으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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