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7.13 16:15

[뉴스웍스=김벼리기자] 

#1 마침 구보는 집을 나서기 전에 시킨 택배가 생각난다. “A마켓 택배 위치.”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지도가 펼쳐지고 그 위로 드론의 위치가 빨간 점으로 드러난다.

#2 의사가 검진 항목을 PC에 입력하자 구보의 스마트 고글 화면에 순서가 떠오른다. 고글 너머로 보이는 병원 바닥 위로 길을 안내하는 푸른색 화살표가 덧입혀진다. 고글의 네비게이션 기능이 작동한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을 단 한 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술, 산업, 생활, 의료 등 갖가지 분야에서 수많은 형태의 변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하원규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 초빙연구원의 정의는 4차 산업혁명을 가로지르는 정수를 적확하게 집어낸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이다. 기존에는 일방향이거나 아예 이어지지 않았던 것들까지 자유로이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의 중추인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 4차 산업혁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물끼리 나누는 대화…효율성 극대화, 생활 편의 개선

그렇다면 사물인터넷이란 무엇일까.

단어만으로 명료한 의미를 떠올리기 어렵지만 사물인터넷은 영어 ‘Internet of Things’를 번역한 것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사물인터넷은 '사물들의' 인터넷 또는 '사물들 사이의’ 인터넷이다. 여기에 의역을 가미하면 ‘사물들 간에 이뤄지는 소통’을 뜻한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IoT는 사물들 사이에 마치 거미줄처럼 짜인 네트워크다. 일방적인 소통의 대상에 불과했던 사물들이 ‘알아서’ 정보를 주고받는 구조다. 이렇게 지능화·자동화한 사물들이 맺는 네트워크는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인간 편의를 극대화하는 데까지 이른다. IoT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지점이다.

예를 들어 방 안에 습도를 측정하는 장치와 습도를 관리하는 장치가 있다고 치자. 장마철에 습도가 높아지자 측정장치는 이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띄운다. 이를 확인한 거주자는 관리장치의 ‘제습기능’을 작동시킨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상황이다.

그러나 IoT를 도입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처음과 끝은 같지만 중간에 거주자의 역할이 사라진다. 높아진 습도를 측정장치가 인식하면 해당 정보를 거주자가 아니라 관리장치에 직접 전달한다. 거주자의 지시 없이도 관리장치는 스스로 제습기능을 작동한다. 측정장치가 다시 ‘습도 적정수준’을 통보할 때까지.

LG유플러스는 집 인터폰과 스마트폰을 연동해주는 ‘도어캠’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 버튼 눌러 자동 주문, 스마트폰으로 인터폰 확인 등

관련 업계에서는 활발히 IoT 개발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도 성취했다.

지난해 3월 아마존은 쇼핑 IoT 시스템 ‘대시 버튼’을 선보였다. 물건이 떨어질 때마다 집 안에 붙여놓은 단추를 누르면 자동으로 주문, 배달까지 이어진다. 버튼에는 와이파이가 내장돼 있어 주문 내역은 바로 스마트폰에 남는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기숙사 화장실 및 세탁실에는 센서가 있다. 이들 센서는 인터넷을 통해 어떤 화장실이 비어 있는지, 어떤 세탁기와 건조기가 사용 중인지 등의 정보를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는 인터폰과 스마트폰을 연동해주는 ‘도어캠’ 서비스를 선보였다. 집을 비웠더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집을 방문한 택배기사 등을 응대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삼성도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복부비만을 관리하는 스마트 벨트 ‘웰트’를 공개한 바 있다.

지난 3월 아마존은 집안 곳곳에 부착한 버튼을 눌러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대시 버튼’을 선보였다. 세탁기에 세제를 주문할 수 있는 'Tide' 버튼이 붙어있다. <사진제공=아마존>

◆ 2020년 IoT 시장 규모 1조7000억달러…한국은?

그러나 IoT 기술 발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오는 2020년 IoT 시장의 규모를 1조7000억달러로 예측했다. 지난 2014년 당시 규모 6600억달러의 갑절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전 세계 IoT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이 심상치 않다. ‘고비니(Govini)’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사물인터넷 분야에 88억달러(약 10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전년보다 42% 늘어난 수준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국의 IoT 시장 규모는 2조7040억원(약 23억달러)에 그쳤다.

그럼에도 최근 전세계적으로 IoT 기술에 관심이 쏠리고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흐름에서 한국 정치권 및 산업계도 이를 인식, 적극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가 '2016 ICT R&D 전략포럼'에서 발표한 'ICT R&D 기술 로드맵 2022' 초안에 따르면 정부는 IoT 중심의 융합 ICT 원천기술 및 응용기술 개발에 오는 2022년까지 5736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IoT 관련 유망산업 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사물인터넷(IoT)시장이 연평균 38.5%의 고성장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오는 2020년 17조1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IoT 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지원 등을 바탕으로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다만 IoT 관련 기업들이 중소기업인 점을 감안해 기술력이 뛰어난 대기업과의 협력이나 한국형 IoT 패키지를 구축해 실증사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당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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