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01 00:00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 (사진=전기순)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 (사진=전기순)

검은 토끼의 해를 의미하는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세계 경제는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유럽의 에너지 수급 불안도 커지면서 성장률이 2.2%에 머물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예상했다. 지난해 3.1%보다 0.9%p 내려간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올해 대다수 국민의 삶이 작년보다 더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의 갑작스런 조업 중단과 봉쇄로 제품 출하가 지연되면서 비용 최소화와 효율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형성됐던 전세계 공급망은 무너졌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자유민주주의 진영 국가와 사회주의 진영 국가 간 대결까지 심화되면서 서플라이 체인은  급속히 재편되는 추세에 놓여 있다. 

최적의 경제성 확보를 추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국가나 기업하고만 교류하자는 '신고립주의' 시대가 열렸다. 생산비용을 과거처럼 줄일 수 없게 되면서 올해 주요 20개국의 물가상승률은 6.0%를 기록할 전망이다. 저물가-고성장으로 대표되는 '골디락스'는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고물가-저성장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소비 위축도 가속화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자금 유출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최악의 돌발 상황에 늘 경계해야 할 때다.

한국은행, 물가목표 3~4%대 높여야 

올해 대한민국은 주요국처럼 '경제안보' 강화에 중점을 두면서 지속가능성 제고에도 주력해야 한다. 최소한 상반기까지 높은 파도가 몰아닥칠 경제복합 위기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치고 지혜를 모으면서 버티고 또 버티면서 살아남자.

무엇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매력 넘치는 국가'로 만드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구촌에서 서로 투자하고 싶은 나라, 놀러오고 싶은 나라, 살고 싶은 나라, 유학 가고 싶은 나라로 우뚝 선다면 더 이상 인구 감소와 경제성장률 추락, 북한의 핵무기 도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경제주체마다 공동체 존속을 위한 양보와 헌신 없이 각자도생에 안주할 경우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이후 경제활력을 찾고 있지 못하는 일본처럼 '잃어버린 한국'의 길에 접어든다면 후손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급격히 오른 금리 인상 여파는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올해는 임금 인상은커녕 감원, 해고의 공포가 더 확산될 우려가 크다. 실질수입 감소는 소비 위축을 낳을 것이고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6%로 작년 예상치 2.5%보다 0.9%포인트 떨어지고 물가상승률도 3.5%로 작년 예상치 5.1%보다 1.6%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칠 것이다. 2013년~2020년까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대를 기록했던 시대는 재현되기 힘들다. 일반정부부채가 이미 1000조원을 넘은 마당에 돈풀기로 경기둔화를 막을 여력도 없다. 

이미 다락 같이 오른 대출금리는 상반기 중 더 오를 전망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0.25%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리 되면 국민의 삶은 더욱 고달파질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와 국민 고통 완화를 위해 한국은행은 2%대라는 비현실적인 물가목표를 폐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경기둔화 국면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 3~4%대로 높일 필요가 있다. 이미 3.25%의 기준금리에도 대형 증권사조차 만40세 직원부터 희망퇴직을 받을 정도로 휘청거리고 있다. 고용불안이 더 가속화되지 않도록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대통령실·여당, 야당 협조 이끌어내라

지난해 5월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야당과의 협치에 실패하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곁가지 규제만 개선했을 뿐 본질적인 개혁 작업은 이뤄진 것이 없다.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는 만큼 정치라는 외풍에서 다소 자유로운 올해가 중요하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국민과의 약속인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수가 적다고, 야당이 사사건건 훼방만 놓는다고 더이상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자들을 찾아가 진솔한 의견을 듣고 절충점을 모색하면서 대안을 마련, 입법에 반영하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요구된다.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첫 단추는 남의 탓, 과거 정부 탓을 하기 앞서 내 잘못과 실수부터 인정하고 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런 정지작업을 통해 성과가 한두개씩 나오면 집권세력의 진정성이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현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노동개혁에서 연내 여야 합작품이 나온다면 국가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도 사라지는 부수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민생경제도 바닥을 긴다면 여당은 내년에 냉혹한 심판을 받을 것이 뻔하다. 이리 되면 국정동력을 되찾을 기회를 다시 찾기 힘들 것이다. 

높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비해 진영정치의 폐해만을 낳고 있는 소선구제 위주의 선거법도 고쳐야 한다. 국회의원 정수를 대폭 줄이고 보수와 대우도 대폭 낮춰 국가에 봉사한다는 명예에만 관심이 있는 선량이 배출되어야만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대결 위주 정치문화가 바뀔 수 있다. 이같은 혁신적인 변화 없이 한국 정치가 '3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은 새해에도 각종 도발과 긴장 조성 행위에 나설 것이다. 이런 위협에 맞서 미국,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추가 핵실험이 이뤄질 경우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질 것임을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최승욱)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사진=최승욱)

강소정부·강소지자체 나와야

강소기업처럼 강소정부, 강소지자체가 나와야 한다. 예산을 빨리빨리, 부정 없이, 관례대로 쓴 공무원을 우대하는 단체장은 차기 선거를 포기해야 한다는 기준이 새로 정립되었으면 한다. 관내 기업의 매출 증대와 고용 창출에 기여하거나 취약계층의 고독사나 극단적 선택 예방에서 성과를 올린 공무원이 승진 가점을 받도록 인사고과와 평가 방식 혁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자금과 인력, 기술에서 국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정보과학기술 발달로 온라인 세상에서 실시간으로 정보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대도시 단위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이 때 구태의연한 접근을 고집한다면 대한민국을 찾을 투자자는 없다. 4차산업혁명 가속화로 전통적인 일자리가 속속 줄어드는 마당에 발상의 전환마저 없다면 청년세대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의 인구집중유발시설 집중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수도권 진입 규제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미래 유망 산업 관련 첨단 연구소나 생산시설 등을 짓겠다는 국내외 투자자가 나선다면 과밀부담금을 받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각종 인센티브를 과감히 지급하는 것이 요구된다. 투자 유치로 장차 세금 수입이 늘어날 지자체가 과밀부담금을 마련, 국토균형발전 자금으로 보태면 된다. 지자체끼리 경쟁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지난해 6월 기준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15곳이 인구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향후 25년 뒤인 2047년에는 228개 시·군·구가 사라지게 된다.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출산율 하락 흐름을 막을 노력이 절실하다. 신생아 출생 가구에 대한 직접 지급액을 현행 계획보다 늘리는 대신 복지 전달 관련 기구나 인력 동결, 단계적 축소 등을 통해 간접비와 관리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고통 분담·상생 정신 절실

고통 분담과 상생 정신 발휘가 절실하다. IMF 외환위기 당시 서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와 같은 '아나바다'로 관련 수입 수요를 최소화하고 '금모으기운동'으로 미 달러화 확보에 나선 것처럼 국난 극복을 위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대통령실과 정치권부터 연봉·세비 삭감 또는 반납 등 모범을 보일 때다. 

가진 자와 권력자의 기득권 포기가 절실하다. 명예롭게 스스로 가진 권리를 내려놓도록 하는 세련된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 

공직자의 의식구조 개혁도 요구된다. 행정고시에 합격, 중앙부처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면 퇴직 이후에도 정부 영향력에 있는 협회의 상근부회장으로 취업, 고임금을 받으며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나라가 과연 공정한가. 이런 점에서 조달청 퇴직자가 재취업한 유관기관이나 협회 등에 대한 정부 위탁사업을 배제하고 조달청 물품발주 의무기준을 현재 1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 불공정 유착고리를 근절하기로 결정한 것은 주목된다.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준조세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고 최저임금도 개선해야 한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같은 것이 합리적인가. 

노동조합이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성 정규직 근로자는 '갑'이다. 반면 기업 규모가 작고 수익력도 취약해 노조를 결성, 유지할 여력조차 없는 종소기업 근로자는 '을'이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임금 수준에서 산업재해를 당할 위험 속에 일하는 영세기업이나 하청기업 노동자도  'G 10' 국가  국민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납품단가 연동제부터 올바르게 실행되어야 한다. 

노조의 각성도 요구된다. 사용자와 교섭할 능력을 갖춘 노조일수록  파업 등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앞서 이런 행위가 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세력 불리기를 위한 정치투쟁에서 한발 물러섰으면 한다. 양대 노총이 고용 형태와 기업 규모, 근로조건, 산업안전·보건에서의 근로자간 격차가 해소되도록 법률과 제도를 개선하는 작업에 동참, 성과를 올려야만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기업, 핵심역량 확보 위한 투자 적극 나서야

대기업집단 총수는 배당금의 일부를 고물가와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위해 기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가 일본 올해의 차 위원회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년에서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차에 유난히 배타적이었던 일본조차 뛰어난 디자인과 1회 충전 주행거리, 주행성능, 편의 안전사양을 두루 갖춘 매력덩어리의 진가를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메모리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조선은 세계 'No. 1' 산업으로서 후발주자와의 초격차를 확보해야 한다. 음악, 만화, 영화 등 콘텐츠, 방위산업, 바이오, 푸드테크 등 유망 품목도 자체 경쟁력을 제고, 수출규모를 늘린다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탈출하는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K-예능의 확장을 통해 판매 수입을 올리고 한국의 값어치도 덩달아 높이는 노력도 절실하다. 

기업들은 벼랑 끝에 서있다는 절박감 속에서 체질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야 한다. 아무리 자금 사정이 빠듯하다해도 핵심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에는 적극 나서 경기가 되살아날 때 획기적인 매출 증대를 노리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야할 것이다. 창고에 보관한 씨앗은 어떤 경우에도 매각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따른 지식재산권 출원 증대, 국내외  A급 인재 유치 활성화를 통한 창의성 향상도 요구된다.

예측 가능성·투명성·합리성 높이자 

미래기술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 개선도 시급하다. 충격을 받아도 쉽게 회복할 수 있는 탄력성을 갖춰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미 눈앞에 다가온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인간 본연의 가치와 중요성을 되새기면서 AI, 로봇과 공존하는 지혜를 찾고 도덕윤리도 확립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한국은 그간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로 주목을 끌었다. 이젠 ‘패시네이팅 코리아’(Fascinating Korea)로 업그레이드할 때다. 이를 위해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합리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고, 불확실성이 판을 치고. 잘되면 운이 좋아서고 못되면 재수없는 탓이라고 여기는  풍조가 뿌리 박힌 국가는  결코 번성할 수 없다. 이와 반대로 만드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존경 받는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정당한 기회를 잡고 모든 부문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며 그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과 재능, 의지와 끈기를 갖춘 전세계 인재들이 한국에서 투자와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 줄을 서도록 만들어 보자.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나오고 '오징어 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만든 나라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기적을 능히 이룰 수 있다.  우리 모두 힘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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