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1.10 18:10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역대급 거래 절벽과 미분양 여파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주택 매수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국 집값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끝없이 치솟는 금리는 가격 하락에 결정타로 작용했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자 올해 전방위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뉴스웍스는 혼돈에 싸인 올해 부동산 시장의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미국의 강력한 긴축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부동산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고 거래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에서 전면 해제했다. 또한 12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금지됐던 중도금 대출도 허용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금리 인상이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거래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집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구입 부담이 커졌고 대출 문턱이 낮아지더라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량 감소 심화…분양 시장, 올해도 한파 예고

10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주택 매매량은 48만187건으로 전년 동기(96만1397건) 대비 절반이 넘는 50.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19만587건)과 지방(28만9600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4%, 42.5% 줄었고, 서울(5만3163건)은 55.9%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아파트(28만359건)가 56.1% 감소했고, 아파트 외 주택(19만9828건)은 38.1% 줄었다.

분양 시장도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 같은 기간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4만7217가구에 비하면 한 달 만에 22.9%(1만810가구)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1월 2만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주택은 7월 3만가구를 돌파했고 9월에는 4만가구를 넘어섰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1월 전국 7110가구로 전월 대비 0.5%(33가구) 증가했다.

거래절벽과 미분양 사태로 인해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장기간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값은 0.76% 하락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됐다. 1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26일보다 0.65%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특히 영끌족들이 몰렸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문제는 금리'라고 짚었다. 그는 "매수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러한 고금리를 접한적이 없기 때문에 시장에 진입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현재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올해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기준 물량인 만큼, 12월과 올해 1월에는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 이후 기존 미분양 물량이 팔려나가면서 서서히 미분양 증가 폭이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외부 요인을 규제 완화 같은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기는 어렵다"며 "이 때문에 규제 완화 기대 효과는 아직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스웍스 DB)

◆"결국 DSR 규제 풀어야 매수 심리 살아날 것"

국토부는 지난 3일 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 ▲수도권 분상제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중도금대출 보증 상한 12억원 폐지 ▲투기과열지구 9억원 등 특별공급 배정기준 폐지 ▲청약당첨 1주택자 기존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 미분양과 거래절벽 해소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곳의 규제지역을 해제했다.

정부가 대출·세제 등 부동산 정책의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완화한 것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다. 다주택자와 실수요자 등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정상화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 첫걸음으로 평가했다.

서진형 공정경제포럼 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지니스학과 교수)는 "이번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 환경이 변화하는 초석이 될 수 있다"며 "이와 맞춰 저금리 전환과 대내외 경제위기가 동시에 해소되면 시장 정상화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만큼, 이 같은 정책 변화에도 당장 거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아울러 강화된 DSR 규제가 유지된다는 점도 대출 규제 완화에 따른 체감 효과를 떨어뜨린다.

금융당국은 자칫 LTV에 이어 차주별 DSR 규제까지 완화할 경우, 변제 능력을 넘어서는 대출이 이뤄져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7월부터는 DSR 3단계 규제가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 총대출액 1억원 초과 대출자 역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을 수 없다.

서 대표는 "결국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DSR 규제와 같은 핵심 규제까지 풀어야만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가계대출 관리로 딜레마에 빠져 있는 만큼, DSR 규제를 완화하려면 명분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1가구 1주택자나 무주택자 등과 같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다면 충분히 정당성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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