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1.04 11:55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현행 및 개선안. (사진제공=국토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현행 및 개선안. (사진제공=국토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내일(5일)부터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안전진단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주차 대수 등 주거환경 점수 비중은 15%에서 30%로, 설비 노후도 비중은 25%에서 30%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구조 안전에 큰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 공간 부족, 층간소음 등 주거 환경이 나쁘거나 배관·전기·소방시설이 취약한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이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과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 수립지침' 개정안이 5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50%에서 30%로 하향하고 주거환경, 설비노후도 비중은 각 30%로 높였다.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를 받게 했던 '조건부 재건축' 판정 대상도 총점수 30~55점에서 45~55점으로 축소하고, '재건축' 판정 대상은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확대했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도 중대한 오류가 발견돼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한 경우에만 하도록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민간 안전진단기관이 안전진단을 수행해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면 의무적으로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받아야 했다.

이번 개정안은 앞서 조건부 재건축으로 판정받아 2차 안전진단 대상이 됐거나, 개정 규정이 시행되는 5일 기준으로 2차 안전진단을 완료하지 못한 단지도 소급 적용된다. 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단지는 지자체가 주변 지역에서 전월세난이 우려되는 등 필요한 경우 정비구역 지정 시기를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개정으로 기존 적정성 검토에서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던 전국 25곳 가운데 14곳이 조건부 재건축으로 판정 결과가 바뀐다. 이들 단지가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기 위해서는 안전진단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다만 이번 개선안으로 2차 안전진단 의무가 사라져 기간은 상당히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전진단 기준 개선으로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의 문턱이 크게 낮아지게 됐다. 사실상 재건축을 가로막던 대못 가운데 하나를 뽑은 것이다. 실제 2018년 3월 문재인정부가 구조안전성 비중을 20%에서 50%로 상향해 재건축 규제 수단으로 활용한 이후 현재까지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전국에서 21건에 불과했다. 녹물이 나오거나 층간소음이 심한 낡은 아파트들도 구조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안전진단에서 줄줄이 퇴짜를 맞은 것이다.

과도하게 강화된 기준을 합리화한 것은 누가 봐도 옳고, 바람직한 조치다. 이로 인해 그동안 재건축을 가로 막았던 재건축사업에 대한 큰 산이 하나 없어졌고, 서울시가 재건축 시 주거용도지역의 높이를 최고 35층으로 규제한 '35층 룰'을 폐지한 것 등과 맞물려 도심지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질 가능성은 높아졌다.

문제는 재건축을 옥죄는 규제가 아직도 여전해 사업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규제로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분양가상한제를 꼽을 수 있다. 고금리와 집값 하락, 거래절벽, 미분양 폭증 등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금까지 내면서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곳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온기를 되살리고 도심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면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못 하나를 뽑았다고 시장이 곧바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논리에 반하는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면 서둘러 개선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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