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1.05 14:34
서울 대치동 미도아파트 재건축 배치계획안.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대치동 미도아파트 재건축 배치계획안.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시가 5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공표했다. 이 계획은 국토계획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시가 추진할 각종 개발사업의 지표를 손질하는 최상위 플랜이다. 이번 계획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35층 룰' 폐지다. 박원순 전 시장이 2013년 이른바 '재건축 대못'을 박았던 35층 높이제한을 전격 폐기하는 것이자 2021년 4·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의 핵심 공약 이행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울시가 내놓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기존의 경직·일률적인 도시계획 규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래의 도시 모습을 담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했던 주거용 건축물의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고, 지역 여건을 고려해 스카이라인을 관리하도록 했다.

높이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앞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아파트단지에서 더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연면적과 용적률 등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건물이 간격을 두고 배치되면서 통경축(조망권 확보를 위한 공간)이 생기고 다채롭고 미려한 경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높이 상향에 따라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면 집값도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한 것은 지역 여건에 맞춰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스카이라인을 만들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사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35층 이하로 제한하고, 한강 수변 인접지역은 15층 이하로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모순이 있었다. 관악산 등의 조망권 확보와 난개발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로 인해 35층을 초과해 아파트를 올리려는 재건축단지들이 줄줄이 퇴짜를 맞으면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강변 일대에 높이가 엇비슷한 아파트가 병풍처럼 들어서는 천편일률적 스카이라인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35층 룰 폐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환경 변화를 반영해 유연한 도시계획으로 전환했다는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것이다. 또 재건축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시장은 이번 방침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새로운 정비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촌동 한강맨션 재건축사업을 수주한 GS건설은 서울시 인가를 받은 35층 설계안과 별도로 최고 68층 설계안을 준비했고, '강남 1호 신속통합기획'에 나선 대치동 한보미도맨션(미도아파트)는 최고 49층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근의 은마아파트도 층수 상향을 검토 중이고, 개포동 재건축단지들 역시 고층으로 상향하는 안을 고민 중이라 한다.

시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당연한 이치다. 층수가 높아지면 재건축에 따른 이익이 커질 수 있어서다. 그러니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재건축 카드를 다시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우려도 있는 법. 가장 큰 걱정은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는 주택시장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직까진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릴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35층 룰 폐지를 비롯한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는 모두 도심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고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일 게다. 그렇다면 집값 상승 우려까지 차단해야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규제완화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에 각별하고 철저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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