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1.05 09:00

대기업 시설투자 세액공제 최대 25%…정부, 조특법 개정안 발표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고지혜 인턴기자] 계묘년을 맞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표정은 밝다.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올해부터 기조를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세액공제 혜택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OLED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투자 시계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켰다. 국가전략기술은 대기업 기준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비용에서 각각 최대 40%와 6%의 세액 공제를 지원한다.

그동안 디스플레이산업은 조세특례제한법 신성장·원천기술로 분류돼 투자분의 3% (대기업 기준)의 세액 공제만 받아왔다. 이에 디스플레이 업계는 '디스플레이 홀대론'을 내세우며 수차례 호소해왔다. 경쟁국들은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가운데, 국내 수출의 큰 축을 맡고 있음에도 우리 정부와 국회의 정책 지원은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 혜택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3일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올리는 상향안을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15%로, 중소기업은 25%로 국가전략기술 투자 세액공제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나아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의 추가 세액공제까지 고려하면 최대 35%(중소기업 기준)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국회에 해당 개편안을 제출하고, 이견이 큰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 빠르면 2월 중 논의를 마찬다는 계획이다. 

(자료제공=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자료제공=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중국에 뺏긴 디스플레이 왕좌…OLED 추격도 거세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약 17년간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2017년 우리나라 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44.4%로 중국(21.0%)과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격차가 0.1%로 좁혀졌고, 2021년에는 중국에 밀려 선두를 내줬다. 

중국의 발 빠른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정책과 저가 공세가 그 이유다. 중국은 지난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켰다. 한국보다 12년 먼저 앞서나간 것이다. 이후에도 꾸준한 산업 정책을 펴면서 중국 기업은 '인프라 구축→설비투자→패널 생산→판매' 전 단계에서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정책 대부분은 R&D(연구개발), 생산라인 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지원으로 구성됐다. 일례로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일부 대형 LCD 공장은 최대 45%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중국 기업들은 적자까지 내며 LCD 패널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해 사업을 확장해갔다. 발생한 손해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메꿨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5년간 BOE에 1조6000억원, CSOT에는 9200억원의 적자 보조금을 지원했다. 

정부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국내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사실상 LCD 사업을 포기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6월 아산캠퍼스 내 마지막 남은 LCD 패널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며 해당 사업을 철수했다. LG디스플레이도 올해부터 LCD TV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 P7공장 가동을 멈췄다. 이로써 국내에서 LCD 패널 생산은 막을 내렸다.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휘어지는 18인치 OLED 패널.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휘어지는 18인치 OLED 패널.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내 기업들은 대신 한층 고도화된 기술력이 필요한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10년 전부터 대형 OLED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본격적인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QD-OLED TV를 시장에 처음 내놓은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8세대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하고 있다. 

OLED는 한국이 세계 시장의 82.8%(2021년 기준)를 차지하며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LCD보다 더욱 빠른 상황이다. 중국은 불과 6년 만에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점유율 10%를 달성했다. LCD 시장에서는 10년이 걸렸던 일이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2025년 TV와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OLED 생산량에서 중국이 4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지원책 환영…입법 절차 서둘러야"

OLED마저 추월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던 디스플레이 업계는 정부의 세액공제 확대 방침이 발표되자 두 손들고 환영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번 투자 지원 확대 정책으로 신규 설비투자 계획에 대한 투자 결정이 앞당겨지고, 설비투자 규모도 당초 계획 대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 첫 8세대 OLED 등을 포함한 신규 투자 결정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국가전략기술에 뒤늦게 포함된 만큼 아직 입법 절차 과정이 남아있다. 협회는 "입법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기업의 신속한 투자를 지원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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