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2.15 15:55
시민들이 지하철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시민들이 지하철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한새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서울시가 오는 4월 말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인상을 올해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상시기를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고, 서울시의 이런 결정으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검토해 왔던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서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당초 올해 4월 말께로 예정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일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린데 이어 4월 중에 시내버스와 지하철 요금도 각각 300~400원씩 인상하겠다고 예고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었다. 현행 서울 시내버스 요금 12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인상률이 무려 25~30%에 달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 연기는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난방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 계획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적대로 최근 잇달아 단행된 공공요금 인상이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가스요금 인상으로 인해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은 상황에서 지하철, 마을버스, 시내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전기요금 인상, 가스비 추가 인상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어서 각종 물가인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민생경제에 고통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요금 인상은 국가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공요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물론 서민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이 주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이 필수적이지 않은 소비를 최소화하는 심리 탓에 경기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비마저 위축되면 우리 경제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중교통 요금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무임승차 인구 증가 등에 따른 부담을 공공부문에 다 떠안기는 무리가 있어서다. 최근 5년 동안 서울 지하철은 연평균 9200억원 적자를 내고 있고, 시내버스는 연평균 5400억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서울시가 이날 요금인상 연기를 발표하면서 "다만 인상 자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요금 인상 시기와 폭이다. 지하철·버스 요금 한 번에 300~400원 가량 오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민생경제와 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만약 하반기에 요금을 올리더라도 서민들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요금을 인상하기 앞서 대중교통 운영 과정 전반에 쌓인 각종 방만 요소를 제거하고, 지하철 적자의 큰 요인인 노인 무임승차제도를  손보는 것도 필요하다.

대중교통요금은 서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체감물가 지표 가운데 하나다. 요금인상 요인이 누적된 것은 사실이지만, 충격을 최대치까지 흡수해 줄 완충장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고물가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은 서민들의 고통완화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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