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02.28 12:12
여러 종류의 잠수함 프로펠러. (사진제공=최일)
여러 종류의 잠수함 프로펠러. (사진제공=최일)

잠수함에는 여러 구성품들이 있지만 이중 없으면 불편한 것이 있고, 없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바퀴가 없는 자동차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잠수함 핵심 부품이 바로 추진기이다. 많은 이들이 선박을 접하기가 쉽지 않고 잠수함은 더더욱 접하기가 어렵기에잠수함 추진기 관련 질문이 많은 것 같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추진기 관련 내용들을 10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프로펠러(Propeller), 스크류(Screw), 추진기(Propulsor) 용어 차이

프로펠러와 스크류 그리고 추진기는 일반적으로 같은 말로 쓰이지만 굳이 구분하자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프로펠러는 날개의 회전을 통해 추력을 얻는 장치를 말한다.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사용한다. 선박에서는 프로펠러와 스크류를 같은 말로 쓴다. 하지만 항공기에서는 프로펠러라고만 하고 스크류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추진기는 프로펠러(Propeller)를 포함하여 스러스터(Thruster), 워터젯(Waterjet)을 포함하여 선체에 추력을 부여하는 장치를 통칭해 말한다.

2.  잠수함 추진기의 종류

잠수함 추진기에는 다음과 같이 크게 3종류가 있다. 

(1) 개방형 프로펠러는 수상선박뿐 아니라 잠수함에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추진기이다. 잠수함에서는 일반적으로 작은 잠수함들은 거의 다 사용한다고 보면 되고, 큰 잠수함들도 일부 사용한다. 개방형 프로펠러도 많은 형태가 있는데 잠수함 후부 선체의 유체흐름에 적합하게 만들어진다. 수상함이나, 잠수함 모두 소음과 캐비테이션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만든다.

(2) 덕트형 추진기는 프로펠러 외부에 덕트를 씌운 형태를 말한다. 덕트의 앞쪽은 직경이 크고 뒤쪽은 직경이 작다. 이렇게 덕트를 씌우면 추진기 쪽으로 유체 속력을 증가시켜 추진 효율을 높인다. 덕트와 프로펠러 끝단 간극은 최소화 해야 한다. 덕트는 수직타와 연결되어 수직타가 선회할 때 같이 선회함으로써 선회를 도와주기도 한다.

덕트 프로펠러의 가장 큰 이점은 저속에서 추력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잠수함에 이를 사용하면 어망에 걸리지도 않고 프로펠러도 보호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덕트를 사용하면 프로펠러의 직경은 작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덕트 사용의 장점보다 프로펠러 직경을 키우는 장점이 더 크므로 오늘날 잠수함에서는 덕트형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3) 펌프젯은 수상함에서는 사용하지 않고 잠수함과 어뢰에서 사용하는 추진기이다. 일반적으로 날개의 두 단으로 구성되는데, 한 개는 고정자이고 한 개는 회전자이다. 양쪽 다 둥근 덕트로 감싼다. 펌프젯의 장점은 조용하고 고속에서 캐비테이션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고정자가 펌프젯안에서 유체흐름을 적절히 흘려주기 때문에 유체손실이 없어 프로펠러보다 5~20% 추진효율이 좋다.

미국은 개선된 LA급 잠수함 이후 펌프젯을 사용하고 있으며 버지니아급에도 장착되어 있고 앞으로 도입할 콜롬비아급에도 설치할 예정이다. 

단점은 프로펠러보다 훨씬 무겁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형 디젤잠수함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디젤잠수함 중에는 러시아 키로급 Alrosa 함에 설치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디젤잠수함도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이므로 앞으로 디젤잠수함에도 점차 많이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3. 잠수함 프로펠러와 수상함 프로펠러의 차이

잠수함도 선박의 한 종류이므로 기본적으로 프로펠러의 기능은 수상함과 동일하다. 추진효율이 좋아야 하고,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적어야 한다. 하지만 외형과 임무의 차이로 인해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추진력과 저소음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둔다면 잠수함은 저소음 쪽에, 수상함은 추진력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잠수함 프로펠러는 수상함 프로펠러보다 일반적으로 크다. 잠수함 외형으로 인해 직경의 제한이 수상함보다 적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크면 추진효율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잠수함은 큰 추진기 한 개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고 수상함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2개 혹은 3개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수상선박에서도 덕트형 프로펠러를 사용한다. 하지만 수상선박은 효율성을 고려해서 펌프젯 추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주로 고속 수상선박에 워터젯 추진기를 사용한다. 워터젯은 펌프를 통해 선체 하부에서 물을 끌어와서 노즐을 통해 배출함으로써 그 반발력으로 추진력을 얻는 추진기이다. 잠수함에는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다.

4. 잠수함 프로펠러를 가리는 이유

잠수함을 육상에 올려놓을 때 보면 추진기에 커버를 씌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곳은 보여줘도 추진기는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프로펠러의 외형을 보면 대충 소음이 어떻게 날 것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날개 수는 표적을 식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추진기가 몇 바퀴를 돌면 속력이 몇 노트가 나올지에 대한 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프로펠러 크기

프로펠러 직경은 클수록 더 효율적이다. 하지만 잠수함 선체 구조와 여유 공간 등에 의해 제한을 받는다. 아무리 직경을 키워도 프로펠러 끝단이 물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하고, 해저에 착저했을 때나 입항했을 때 프로펠러가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하기에 무한정 키울 수는 없다. 

6. 잠수함 프로펠러 날개 수

과거에는 잠수함 프로펠러 날개 3개짜리를 많이 썼다. 일반적으로 날개가 많을수록 적은 회전수로 높은 속도를 낼 수 있고 조용하기에 날개 수를 증가시켜 왔다. 그런데 날개를 무한정 많이 만들 수는 없다. 많다고 해서 효율이 훨씬 좋은 것이 아니고 제조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잠수함 함미는 수직타와 수평타가 십자형 또는 엑스형으로 되어 있는데 날개가 4개일 경우 규칙적인 공진이 발생해서 소음을 유발하였으므로, 날개를 5개 또는 7개로 만들어 왔다.

그런데 요즘 프로펠러는 날개 끝을 휘게 만든 카펠형(Kappel Type)이라 새로운 이론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추진기 날개가 7개보다 8개나 6개가 소음이나 효율성 면에서 더 좋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진기 날개 수는 꼭 홀수여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

7. 잠수함 프로펠러는 일체형일까, 용접형일까

프로펠러 날개는 별도로 만들어 몸체에 용접해서 붙이면 비용도 싸고, 쉽게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강도가 떨어지기에 공정이 어렵더라도 하나의 큰 쇠를 깎아서 만드는 방식으로 프로펠러를 만든다. 이런 일체형 프로펠러는 신뢰성이 높고 강도도 세지만 용접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날개 하나만 다쳐도 전체를 다 바꿔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날개를 한 개 한 개 분리 결합을 할 수 있으면서도 프로펠러 강도를 유지하는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날개 한 개가 손상되었을 때 수리하는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8. 프로펠러 개수

잠수함은 프로펠러가 어망에 걸리거나 좌초되어 손상되면 꼼짝도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로펠러를 두 개로 만들면 좋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추진기가 두 개 이상 달린 잠수함들도 있다. 주로 러시아의 큰 잠수함에는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설치하기도 한다. 또 세계 2차대전 잠수함 같이 가잠함들은 수상항해를 많이 해야 했으므로 추진기 두 개를 달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잠수함 선체 특성상 작은 추진기 두 개가 양쪽에 있는 것보다는 큰 추진기 한 개가 중앙에 있으면 훨씬 추진효율이 좋기에 단일추진기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일 프로펠러는 높은 추진 효율 외에도 저회전수에서 추진 손실을 최소로 하고 직경 제한이 적고 웨이크로부터 간섭이 없는 장점이 있다. 

9. 프로펠러 날개 끝이 휘어진 이유

잠수함 프로펠러는 추진효율도 좋으면서 소음이 나지 않도록 설계하고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프로펠러의 직경을 무한정 키울 수 없기에 주어진 직경 내에서 날개를 휘게 만들어 마치 직경을 키운 것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했다. 그냥 휘게만 한 것이 아니라 선체의 유체흐름을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휘는 각도를 줌으로써 소음을 줄이고 캐비테이션 소음이 최대한 없도록 한다.

10. 프로펠러와 타기 위치

프로펠러가 수직타 앞에 있는 잠수함도 있고 뒤에 있는 잠수함도 있다. 타기를 추진기 뒤에 두면 타기 성능이 좋아지지만 추진효율이 떨어지고 추진기 웨이크와 타기와의 간섭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하기에 최근에는 추진기를 제일 뒤에 두고 있는 추세이다. 

잠수함의 추진기를 정할 때는 추진 효율과, 진동, 음향신호를 고려해야 하고 그 잠수함이 어떤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알아야 한다. 거기에 맞추어 개방형, 덕트형 또는 펌프젯을 결정해야 하고, 프로펠러의 직경과 날개 수, 비틀림을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줘야 할지, 끝단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수많은 고려를 해야 한다.

잠수함 추진기 분야는 잠수함이 더 조용하게 더 빨리 갈 수 있는 새로운 설계와 이론이 끊임없이 발표되는 매우 깊고 심오한 분야이다. // 최일 잠수함 연구소장

P.S. 경남 김해에 있는 잠수함연구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세계 잠수함 기록물 전시관(International Submarine Archive)입니다. 이메일 kommandantchoi@gmail.com으로 방문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최일 잠수함연구소장 (사진제공=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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