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3.10 11:10
부산항에서 수출화물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부산항만공사 블로그 캡처)
부산항에서 수출화물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부산항만공사 블로그 캡처)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지난 1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배당 증가 덕에 흑자로 돌아섰다가 채 한 달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이다. 수출 부진에 상품(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여행수지 등의 적자 규모도 커진 탓이 컸다. 나라 곳간 상황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외지불능력 척도인 경상수지 마저 적자를 내면서 국가부도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11월 2억2000만달러 적자에서 12월 국내기업 해외 현지법인의 배당 증가 덕에 힘겹게 흑자(26억8000만달러) 전환에 성공했지만, 두 달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실패한 것이다. 1월의 경우도 배당소득수지 흑자(56억6000만달러)가 45억5000만달러나 늘면서 그나마 전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인 것이어서 더욱 내용이 좋지 않는 상황이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사상 최대라는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상품수지가 넉 달 연속 적자를 나타내고, 이런 추세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상품수출이 올해 상반기 3.7% 줄고,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0.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하며, 상반기 경상흑자가 2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실제 1월 상품수지(74억6000만달러 적자)는 사상 최대의 월간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요 감소로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당분간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 핵심 품목인 반도체는 물론 화학제품 수출도 크게 줄고 있어 불안감이 더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도 걱정이다.

이에 더해 서비스수지(32억7000만달러 적자)까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갈수록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이후 해외여행이 늘면서 여행수지 적자가 1년 사이에 거의 3배인 14억9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여행수지 적자 폭은 앞으로 더 커지면 커졌지 당분간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결국 경상수지 적자를 부추길 요인들만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외국과 거래한 모든 내용을 집계한 성적표인 경상수지는 외환보유고와 함께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 중요성이 특히 크다.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고, 환율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부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누적된 경상수지 적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환율마저 다시 치솟는다면 수입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을 다시 부추길 우려도 있다.

정말 걱정이다. '땜질 처방'으로는 난국을 돌파할 수 없다. 비상한 각오로 경상수지를 흑자로 만들 맞춤형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경제의 현실을 감안하면 수출확대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출 지역 및 품목 다변화는 물론 규제를 과감히 풀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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