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7.20 16:38
달러 지폐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이다. 누구나 바라는 게 부유함이다. 1호선 역명 부개 또한 그런 부유함의 지향을 담아 만들었다. 부평으로 향하는 길목이라는 뜻도 있다.

원래는 다음 역에 있는 부평(富平)에 속했던 곳이다. 조선 때에는 이곳에 말 무덤이 있었던 모양이다. 원래 이름은 그에 따라 마분리(馬墳里)라고 했단다. 말(馬)의 무덤(墳) 마을(里)이었다는 얘기. 그러나 경기도 평택에 있는 같은 이름의 마분리가 말 무덤, 혹은 마(馬)씨 정승의 무덤이 있어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딱히 이를 확정할 수만은 없다.

마분리는 그렇다고 치자. 우리의 관심은 역시 富開(부개)다. 우선 이름의 유래는 이곳의 부개봉(覆蓋峰)이라는 봉우리 이름이 있어 지금의 명칭을 얻었다는 설, 서울에서 부평으로 들어올 때 그 입구에 있는 지역이라 ‘부평(富)으로 열리는(開) 곳’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앞에서 먼저 알아본 부천(富川)에서 富(부)라는 글자가 지닌 속사정의 얼개는 대강 살폈다. 그 장에서 우리는 돈이나 재물 등이 많은 상태라는 의미의 글자 뜻을 새겼다. 그를 토대로 한 단어 조합은 아주 많은 편이다. 우선 부유(富裕), 부유(富有)가 그렇다. 우리 식 발음으로는 둘이 같다. 의미도 결국 돈이나 재산의 많음을 가리킨다. 아주 돈이 많은 비즈니스맨을 우리는 성어로 부상대고(富商大賈)라고 부른다. 상고(商賈) 두 글자 모두 상인을 가리키는 한자다.

그러나 이 글자는 그에만 한정할 수 없다. 돈이나 재물이 아니라도 무엇인가가 많은 상태를 가리키기도 한다. 바로 풍부(豊富)가 그 예다. 부서(富庶)라고 적는 단어도 있다. 물산이 풍부(富)하고 사람이 많은(庶) 상태다. 나라가 평안해 농산물 등을 제대로 생산하면서 인구가 늘어나는 그런 태평(太平)한 시절의 형용이기도 하다.

학부오거(學富五車)라는 성어도 있다. 그 학식의 내용이 수레 다섯 대의 책 분량만큼 풍부하다는 뜻인데, 장자(莊子)가 자신과 자주 논변(論辯)을 벌였던 혜시(惠施)의 박학다식(博學多識)함을 일컬었던 데서 나온 말이다. 같은 뜻으로 쓰는 성어가 오거서(五車書)다. 역시 수레 다섯 대 분량의 많은 지식 또는 학식을 일컫는 말이다.

연부력강(年富力强)이라는 성어도 기억해 두면 좋다. 年富(연부)는 나이가 풍부하다는 뜻인데, 결국 젊다는 얘기다. 다음은 힘(力)이 강(强)하다는 뜻이다. 나이 젊고 힘이 세다는 뜻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자네는 연부력강하니 많은 일을 이루게나”라며 격려할 때 쓰기 좋은 말이다.

富(부)가 들어간 성어 중에서 대표적인 게 부국강병(富國强兵)이다. 이는 우리가 꽤 자주 사용하는 성어이면서도, 그 뜻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나라가 잘 살고, 국방도 튼튼하다’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원전(原典)의 뜻을 헤아리면 이는 정답이 아니다. 정확한 뜻은 ‘나라가 잘 살아야 국방도 강해질 수 있다’다. 富國(부국)해야 强兵(강병)을 이룬다는 식의 조건 제시 형이다.

이 富國强兵(부국강병)은 사실 중국의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에 집중적으로 발현했다. 그 춘추전국시대란 바로 크고 작은 수많은 나라가 패권을 잡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벌이던 시기다. 그런 경쟁과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잘 살면서 튼튼한 군대를 보유하는 일이다.

그를 중국의 역사 무대에서 멋지게 펼쳐 보인 인물이 바로 관중(管仲)이다. 춘추시대 초반에 제(齊)나라 환공(桓公)을 보필했던 명재상이다. 또 포숙아(鮑叔牙)라는 인물과 끈끈한 우정을 펼쳐 보여 관중과 포숙의 우정이라는 뜻의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성어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는 나라를 경영하는 첫째 조건을 잘 사는 데 뒀다. “백성을 우선 잘 살게 해야 나라를 잘 이끌어갈 수 있다(凡治國之道, 必先富民, 富民則易治也)”고 했고 이어 백성이 잘 살아야 나라가 부유해지며, 나라가 부유해져야 군사력이 강해진다고 역설했다. 富國强兵(부국강병)이라는 성어 자체는 그 전의 기록에도 보이지만, 그를 제대로 풀어 현실에 구현한 주인공은 아무래도 관중이 으뜸이다.

돈 많은 사람은 부자(富者)다. 그 풍요로움이 아주 거하게 넘치면 우리는 그를 부호(富豪)라고 한다. 부자 중에서 으뜸에게는 천간(天干)의 첫 글자인 갑(甲)을 붙여 갑부(甲富)라고 부른다. 그런 부자들이 아주 많아져 사회가 부유해지고, 나아가 나라가 부강해지면 최고다. 그런 富(부)의 첫머리를 열어간다는 뜻의 富開(부개)라는 땅 이름 참 좋다. 그러나 고루 잘 살아야 한다. 모두가 고르게 잘 사는 사회가 가장 좋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