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5.07 23:39

"한일 대화·협력 역동적으로 움직여…G7 정상회의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소인수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소인수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지난 3월 6일 발표된 (강제징용 해법 관련) 조치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많은 분이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것에 감동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언급이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의 피해에 대한 발언이냐는 질문에 "당시 고통을 겪은 분들에 대한 저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1998년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에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담겨 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당시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한 때 개인 입장을 전제로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셈이다.

그는 "한일 간에 다양한 역사와 경위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윤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 측과 협력하는 것이 일본의 총리인 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 방문 기간 중 선물 받은 배트와 야구공, 글로브 등으로 구성된 빈티지 야구 수집품 액자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국 방문 기간 중 선물 받은 배트와 야구공, 글로브 등으로 구성된 빈티지 야구 수집품 액자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기시다 총리는 "우리를 둘러싼 국제사회 정세도 한일 협력을 더욱더 불가결하게 만들고 있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계속되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도 보이는 가운데 미일 동맹, 한미 동맹, 한일 그리고 한미일의 안보 협력에 의한 억지력과 대처력 강화의 중요성에 대해 (윤 대통령과) 재차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해 더욱 깊은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핵협의그룹'이 한미일 협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질문에는 "핵협의그룹을 포함해 한미 간에 확장억제 강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점, 그리고 확장억제 협의와 '2+2'(외교·국방장관 회의)를 포함한 고위급 협의를 통한 미일 간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노력, 그것들이 어우러져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한국 측의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ALPS 처리수')에 대한 우려를 잘 안다면서 이달 중 한국 측 전문가로 구성된 방문단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한국 방문단의 원전 시찰 수용에 대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서"라며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형태의 방출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안전성 담보를 위해 한국과 협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6월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오염수 방류 관련) 최종 보고서가 정리될 예정"이라며 "IAEA 보고서를 확실히 받아들인 후에 우리나라(일본)의 국내 절차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도 한국 측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한국의 많은 분의 우려와 불안에도 답하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해법 관련 결단에 재차 경의를 표하면서 "지난 3월 회담에서 저와 윤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한일 대화와 협력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치, 안보, 경제,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의 한일 교류와 협력을 언급하면서 "수출관리 당국 간 대화도 활발히 이뤄져 그 결과 일본 정부가 한국을 '그룹A'(화이트리스트·수출관리 우대국)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한 올해 한일 청년 교류와 관련해 일본의 '제네시스 프로그램'의 규모도 작년의 2배로 늘리겠다는 의사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제네시스 프로그램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계 30여개국 청년들에게 단기 연수 프로그램 제공하는 것"이라며 "매년 50명 정도 한국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해결에 재차 지지를 표명한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평소 일본인 납북 피해자의 석방 혹은 구출을 촉구하는 의미의 파란색 배지를 오른쪽 가슴에 달고 다니며, 이번 방한 때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총리와 주요 각료가 공개석상에서 파란색 배지를 다는 것은 일본인 납북 피해자 전원 귀환이 일본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과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과 공원 내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본 현직 총리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참배하는 것은 처음이다. 과거사 극복 차원의 노력으로 평가된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은 1945년 8월 6일 미군의 원자폭탄 공격에 숨진 피해자 16만명을 기리는 공간이다. 이중 3만명은 강제징용 등으로 히로시마에서 살던 조선인이었다. 재일교포사회를 대표하는 재일대한민국단(민단)을 중심으로 재일교포들은 매년 8월 5일 위령비 앞에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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