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6.13 13:31
(자료제공=교육부)
(자료제공=교육부)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대학생들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무이자로 받게 하는 입법을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가운데 국민의힘과 정부가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로 한정해 재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의 적용 대상을 축소하자는 제안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이 통과시킨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안은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이 대학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취업 후라도 실직·육아휴직·폐업 등으로 소득이 없어지면 이자를 면제해 주자는 것이 골자다. 취업 전에 발생한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을 취업전까지 확대해 사실상 모든 대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고졸 이하 취업자에 대한 역차별이자 대학생의 무분별한 대출 신청을 부추기는 모럴해저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법안은 또 취업 전에 발생한 학자금 대출이자 면제 대상을 월 소득인정액(근로·사업·임대·연금소득과 자산 등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 1024만원 이하 가구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월소득 1000만원이 넘는 상위권 소득 가구의 자녀들도 이자 부담이 없어질 수 있는 얘기다. 현재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의 200% 이하 가구 대학생 자녀만 해당되고, 대출이자 면제는 기초생활수급자 등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사실상 모든 대학생에게 '공짜 대출'을 해준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 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되면 매년 860억원 정도의 재정이 더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1.7%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보다 월등히 낮다. 이런 저금리 대출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정부는 매년 1825억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미취업 기간 중 이자를 면제하면 매년 860억원이 정도의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이 역차별을 받고, 대출이 필요 없는 대학생들까지 불필요한 빚을 지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13일 대학생 학자금 대출의 이자 면제 대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로 한정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한 것은 바로 부분별한 대출이자 면제의 폐단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회 결정 이후 언론 브리핑에서 "매년 860억원의 국민 세금을 들여 모든 대학생에 대해 소득 8구간까지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더라도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이어가기 힘든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취약계층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와 함께 국가장학금, 근로장학금, 저리 생활비 대출 확대 등을 추가해 패키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당정의 이 같은 제안은 설득력이 있다. 가뜩이나 재정적자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대학생의 무분별한 대출 신청을 부추기고, 월 1000만원을 넘게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까지 이자를 없애 주는 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 돈이 있으면 저소득층 대학생이나 보육원 출신 자립준비청년 등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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