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7.01 00:01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아 퀴어축제 불법 도로 점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17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제1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아 퀴어축제 불법 도로 점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매년 이맘때면 특정 문화행사 허용을 놓고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자 행사인 '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바로 그 것. 성소수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도시 중심부에서 축제를 개최하려는 반면, 보수 개신교계 등을 중심으로 한 반대세력은 '안 보이는 곳에서 하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행사 자체를 저지하거나 행사를 진행해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라며 반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이런 일들이 어김없이 벌어졌다. 지난 6월 17일 열린 대구 퀴어축제를 보자. 행사가 열리기 전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대구 동성로상인회 등과 함께 "집회 때문에 상인들이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 등이 현저히 제한될 위험이 있다"며 축제를 금지해달라고 대구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법원이 기각하면서 축제는 예정대로 열렸지만 대구시가 "집회 신고만 했을 뿐 지자체에 도로 점용 허가를 따로 받지 않았으니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며 소속 공무원들을 동원해 퍼레이드를 저지하려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경찰에 집회 신고만 하면 주최 측과 경찰이 협의해서 도로를 쓸 수 있게 해왔던 시스템을 난데없이 뒤엎으려 한 것이다.

오늘(1일) 열리는 서울퀴어퍼레이드도 곡절을 겪었다. 당초 서울광장에서 열려고 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을지로 일대에서 퍼레이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지난달 3일 서울 시청광장 사용을 동시에 신청한 서울퀴어축제와 기독교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콘서트 중 어느 곳을 택할지 심의해 청소년 회복 콘서트의 행사 개최를 허가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울광장 조례상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겉으론 절차를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퀴어 혐오세력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는 것이다.

힘들게 퍼레이드를 하기로 한 오늘 서울퀴어축제에는 약 5만 명이 참석해 삼일대로~명동역~서울광장~종각역 등 서울 도심을 행진할 예정이다. 퀴어축제의 핵심인 도심에서의 대규모 행진인 일명 '자긍심 행진(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이 어렵사리 진행되는 것이다. 자긍심 행진이란 도심 대로를 행진하면서 차별받던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사회의 인식 개선과 인권 보장을 요구하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성소수자들은 퀴어축제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다. 혐오는 물론 저주를 퍼붓다 못해 행사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행사를 막을 자유는 엄연히 존재하지 않는다. 그동안 퀴어축제 금지 신청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법원은 한 번도 받아들인 적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주 국가에선 사회적 소수자도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걸 배격하고 차별하는 세상은 성숙된 사회일 수 없다. 혐오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라 타인과 다른 가치에 대한 억압과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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