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6.28 21:38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라면 4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가 정부 압박에 백기투항했다. 전날 농심과 삼양식품이 라면값을 내린다고 발표하자 오뚜기와 팔도가 후발주자로 동참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제과‧제빵 업체들도 서둘러 가격 인하에 동참했지만, 한편에서는 비인기 제품 위주로 가격 인하가 이뤄져 소비자 체감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뚜기와 팔도는 보도자료를 통해 라면값 인하에 나선다고 밝혔다. 오뚜기는 다음 달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 낮춘다고 밝혔다. 주요 제품인 ‘스낵면’은 3380원(5개입)에서 3180원으로 5.9% 내려가며, 참깨라면은 4680원(4개입)에서 4480원으로 4.3%, 진짬뽕은 6480원(4개입)에서 6180원으로 4.6% 각각 낮아진다. 팔도는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남자라면’ 등 11개 제품에 걸쳐 평균 5.1% 인하했다.

전날 농심은 ‘신라면’을 50원, ‘새우깡’을 100원씩 내린다고 발표했으며, 삼양식품은 ‘삼양라면’과 ‘짜짜로니’ 등 12개 제품에 걸쳐 평균 4.7%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제과‧제빵업체들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빠다코코낫’, ‘롯샌’, ‘제크’ 등 총 3종에 대해 1700원에서 1600원으로 100원 내렸다. 해태제과는 ‘아이비 오리지널’을 기존 3000원에서 2700원으로 10% 내렸다. 국내 제과업계 1위인 오리온도 가격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랫동안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가격 인하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국내 제빵 프랜차이즈 1위인 파리바게뜨와 양산빵 1위 SPC삼립을 보유한 SPC그룹은 다음 달부터 식빵류와 크림빵, 바게트 등 30종에 걸쳐 평균 5% 인하에 나선다. 금액으로는 100~200원 수준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의 담합조사 발언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지난 18일 추경호 부총리가 라면값 인하를 거론할 때만 해도 권고 수준에 불과하다는 인식이었지만, 2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한 담합조사를 언급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한 총리는 “원료(가격)는 많이 내렸는데 제품값이 높은 것에 대해선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유통 구조도 살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다만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시늉만 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농심은 가격 인하 품목을 2개로 최소화했으며,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주력제품인 ‘진라면’과 ‘불닭볶음면’을 가격 인하에서 제외했다. 제과업체들도 안 팔리는 제품 위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해 실속을 챙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스크림과 유제품, 식용유 등 다른 품목으로 가격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어떤 제품의 가격을 내리라고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들마다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기 품목은 가격 인하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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