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지운 기자
  • 입력 2023.07.03 12:00
구직자들이 한 채용 박람회에 게시된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구직자들이 한 채용 박람회에 게시된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한지운 기자] 청년 일자리 기근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중견기업계가 연간 청년 채용 규모를 현재보다 10% 많은 20만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해 주목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2023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 개막식에서 청년 채용 규모를 연 20만명 수준으로 늘리는 등, 향후 5년간 모두 1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견기업계의 청년 채용 안에 정부도 적극 화답했다. 이날 산업부·고용노동부·교육부는 부처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업들의 고용 창출 목표 달성을 위해 체계적인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중견기업계의 이런 목표 제시는 청년 일자리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중견기업은 기업 수 기준으로 전체 사업장 중 1.4%에 불과하지만, 전체 고용의 13.1%(159만명)을 도맡고 있는 중요한 기업집단이다.

그러나 얼마 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34세 미만 청년층이 취업하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국가기관·공기업이 64.3%를 차지했다. 대기업 이하의 중소기업을 희망한 구직자는 4.3%에 불과했다. 오라는 곳은 있지만, 가겠다는 사람이 없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들은 낮은 급여와 빈약한 복리후생을 이유로 들었다. 

대기업을 통한 성장은 한계가 있다. 한때 ‘낙수효과(落水效果)’를 외쳤던 때도 있었지만, 다른 집단에까지 온기를 전달하기보다는 계층 간 격차만 벌어지는 결과로 돌아왔다. 따라서 청년 채용 확대가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자리 90% 이상을 책임지는 중견·중소기업의 양적·질적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지원은 10년 전, 20년 전에도 똑같이 나왔던 캐치프레이즈다. 몰라서 못 한 게 아니고, 정책이 없어서 안 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뭔가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노동·산업계 전문가는 정책의 관심과 사회의 시선이 대기업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구조적 모순을 꼽았다. 대기업이 잘 되어야만 국가가 잘 된다는 논리에 함몰되면서 국가 경제의 허리가 되는 수많은 중견·중소기업이 정책 지원의 후순위가 됐다는 지적이다.

그간 정부의 중견·중소기업 정책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간 공정한 계약과 영업활동을 위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왔다. 중견·중소기업을 대기업이 돌아가기 위해 하청을 주는 곳이라고 전제하고 '대기업이 공정한 계약과 영업활동을 하면 해결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 하청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려는 작은 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찾기 힘들었다.

중견·중소기업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낮은 급여와 빈약한 복리후생에 이들 기업을 기피하는 청년 취업자들과 미스매치를 좁힐 수 없다. '갈 데가 없으니 작은 기업이라도 취직하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청년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 5월 청년 취업자 400만5000명 중,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26.0%(104만3000명)를 차지했다. 실업도 아닌,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4명 중 1명이 주 36시간 미만의 '파트타임'을 왜 선택했는지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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