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3.07.13 15:31

매각 금액보다 건전성 확보 위한 추가 자금 부담
비은행 강화 빌미로 자본력 큰 금융지주사 투입

(사진제공=우리은행)
(사진제공=우리은행)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최근 중소 보험사의 주인찾기가 한창인 가운데 유력 인수자로 금융지주가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지주 입장에선 비은행 강화를 위해 보험사가 필요하지만, 매물로 거론 중인 보험사의 경우 인수 금액보다 정상화를 위한 추가 투입될 돈이 더 많아 M&A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KDB생명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산업은행과 칸자스자산운용이 보유 중인 KDB생명 지분 92.73%다. 매각가는 2000억원 정도 예상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한 후 하나생명과 합칠 경우 자산 기준 생보사 순위를 17위에서 10위권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인수금액보다 추가 투입될 자금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KDB생명의 신지급여력 비율(K-ICS)은 101.6%다. 금감원이 킥스 비율을 150%로 권고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매각 가격 외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나금융 역시 최종 인수 결정에 앞서 신중한 모습이다. 실제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비구속적’이란 단서를 넣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실사 과정에서 인수를 철회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건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역시 MG손해보험 유력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JC파트너스가 MG손보를 인수할 당시 조성한 펀드에 출자한 바 있다. 또 대주단으로 참여하면서 900억원의 기존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한 이력도 있다.

현재 MG손보는 지급여력비율 100%를 채우지 못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상태다. JC파트너스는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내달 10일 최종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관심은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취소될 경우 우리금융이 MG손보를 인수에 나설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우리금융도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위해 매물을 찾고 있다.

특히 임종룡 회장이 증권사 외 보험사도 검토하란 지시가 내려온 만큼 인수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KDB생명과 마찬가지로 인수한 뒤 추가 자금이 대거 필요하다는 상황은 동일하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부실 금융회사 정리를 위해 금융지주의 자금력을 활용한다는 의혹도 있다.

KDB생명과 MG손보 모두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금융당국이 다른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회사가 등 떠밀려 인수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회계제도로 보험사 수익이 큰 폭으로 개선돼 생보사 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건전한 매물일 경우지 KDB생명과 MG손보는 인수한 뒤 효율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금융지주, 교보생명도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큰 것으로 전해졌지만 앞서 거론된 2곳은 아니다. 현재 시장에선 동양생명, ABL생명, 롯데손보 등 건전한 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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