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7.17 11:07
(자료제공=서울시)
(자료제공=서울시)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공공시설과 각종 대형시설 주차장에 들어서면 건물 입구와 가까이에 있는 주차 칸이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주차 칸 안에는 치마를 입은 분홍색 사람을 표현한 픽토그램이 그려져 있다. 여성을 위한 주차 공간임을 누가봐도 알 수 있도록 표시한 것이다. 이 공간은 보통 주차하기 편하고, 건물로 들어서기 용이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남성 운전자를 중심으로 역차별이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지곤 했다. 특히 여성이 각종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 등을 배려해 마련한 주차구역이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서울시가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여성우선주차장'을 없애기로 했다. 2009년 만들어진 이후 14년 만이다. 기존 여성우선주차장을 '가족배려주차장'으로 확대 전환해 다양한 교통약자를 배려하기 위함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여성우선주차장 주차구획을 가족배려주차장 주차구획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가 오는 18일 공포·시행된다.

이에 따라 기존 여성우선주차장 명칭은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바뀐다. 이용대상은 여성에서 임산부, 고령 등으로 이동이 불편한 사람이나 영유아를 동반한 운전자로 확대된다. 이용대상을 여성에 한정짓지 않고 임산부, 고령자 등 이동이 불편한 사람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서울시는 먼저 공영주차장 내 여성우선주차장 69개소, 1988면 전부를 가족배려주차장으로 바꾸고, 민간 주차장에도 자율적 전환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여성우선주차장은 지난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창한 '여성이 행복한 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여성 안전 확보를 목적으로 도입됐다. 30대 이상인 주차 구역에 전체 주차 대수의 최소 10%씩 만들어졌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역차별 논란은 기본이고, 여성우선주차장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범죄 예방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잇따랐다. 심지어 여성우선주차장으로 여성 운전자가 범죄의 타깃(표적)이 되기 쉬워진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여성이 이용하는 비율이 16%에 그치고 약자로 배려 받는 느낌을 받아 싫어하는 여성도 생겨나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문가들도 여성을 위협하는 주차장 범죄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안전보다 주차 편의성을 강조하는 여성우선주차장 설치 대신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대수를 늘리고, 보안 요원을 두는 등의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며 힘을 보탰다.

이런 지적들이 잇따르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8월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족우선주차장 조성 계획을 내놓았고, 이를 위한 서울시 조례안이 공포·시행되면서 14년간 이어진 논란의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성우선주차장이 여성·남성 할 것 없이 운전에 미숙한 운전자나 아이와 함께 탄 운전자, 임산부, 노인과 같은 교통약자를 위한 주차장으로 바뀌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가 있으면 바꾸는 게 옳다. 이번 여성우선주차장 제도 개선으로 젠더 갈등은 물론 '여성은 운전에 서툴다'라는 편견마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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