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8.02 11:20
강화도의 대표 여름 휴양지인 동막‧민머루해변 (사진제공=강화군)
강화도의 대표 여름 휴양지인 동막‧민머루해변 (사진제공=강화군)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너무 비싸다." 요즘 어딜 가나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개월째 2%대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봉급을 빼고는 안 오른 것이 없다. 특히 최근 휴가를 다녀 온 사람들은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온 몸으로 느낀다. 휴가비용이 크게 오른 '베케플레이션' 탓이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휴가지의 숙박비·먹을거리·놀거리·볼거리 등이 모두 급등해 휴가비용이 상승한 것을 뜻한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지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 휴가지로 인기 있는 국내 유명 관광지 숙박료는 해외의 유명 관광지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외식물가 역시 턱없이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름 성수기를 앞둔 올해 6월 기준 콘도 이용료는 전년 대비 13.4%, 호텔 숙박료는 11.1%, 외식물가는 6.3%, 휴양시설 이용료는 6.8% 올랐다. 6월 소비자물가가 2.7% 오른 것에 비하면 휴가관련 비용이 3~4배나 더 오른 것이다.

그나마 6월은 다행이다. 베케플레이션은 휴가 성수기인 7월로 접어들면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 숙박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강원·제주의 경우 10평 내외의 원룸 펜션이 1박당 20만원을 넘었다. 해수욕장 근처나 바다 전망이 가능한 곳은 30~40만원이나 줘야 가능하다. 웬만한 호텔이나 해외 유명 관광지의 숙박비를 넘어선 것이다.

먹거리 가격도 놀라울 정도다. 동해안 횟집에서 가장 저렴한 기본 물회를 먹어도 1인당 1만5000원에서 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수산물 한 접시를 먹고, 치킨이나 닭강정 등 간식과 함께 술이나 음료를 곁들이면 4인 가족 하루 식비만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시설대여료·볼거리·놀거리 가격도 부담스럽다. 대부분의 해수욕장은 파라솔과 평상, 선베드 대여료로 4만~5만원을 받고 있고, 여기에 튜브까지 빌리면 7만원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바나나보트나 제트스키, 땅콩보트 같은 수상 기구를 이용하면 1인당 10만~20만원은 더 지출해야 한다. 경기도의 수상레저 체험장도 종일권 3만5000원에 짐 보관료 2000~1만원, 평상 이용료가 5만원이다. 4인 가족이 이용한다면 체험권 가격만 14만원에, 식사까지 한다면 최소한 20만원은 있어야 가능하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4인 가족이 1박2일 휴가를 보내는데 100만원 가까이 썼다는 얘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서비스가 대폭 개선된 것도 아닐 텐데 요금은 왜 이렇게 많이 오른 걸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럴 거면 해외로 가지 왜 국내 여행을 하겠냐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것은 베케플레이션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폭우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휴가비 상승마저 더해진다면 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7월 물가상승률이 2.3%로 2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지만 둔화세를 체감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베케플레이션을 잡지 않고서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무턱대고 올린 요금은 또 다른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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