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3.08.17 17: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2024년 전시회 주관사 선정 두고 육군협회·디펜스엑스포 갈등

박춘종 디펜스엑스포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박춘종 디펜스엑스포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국방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2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8위 무기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방위산업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인 173억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정부는 이런 기세를 몰아 오는 2027년까지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코리아)'은 소총 하나 만들지 못했던 우리 방산이 수출 효자 종목으로 도약할 수 있게 밑바탕이 된 주요 전시회 중 하나다. DX코리아는 대한민국 육군 등이 후원하고 육군발전협회가 주최하며 디펜스엑스포가 주관해 격년으로 열리는 지상무기 전문 방산 전시회이다. 지난 2014년 첫발을 뗀 후 지속적으로 규모를 키워 현재는 지상 분야 전시회 글로벌 7위 자리까지 올랐다. 

이런 DX코리아의 향후 정상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주최 측인 육군협회와 주관사인 디펜스엑스포가 소송전에 휘말린 탓이다. 뉴스웍스는 디펜스엑스포의 박춘종 대표와 만나 DX코리아를 둘러싼 이슈들을 살펴봤다. 

◆10년 간 방산 전시 주관한 비(非)군 출신 기획 전문가

10년 가량 디펜스엑스포를 운영해온 박 대표는 의외로 군 출신이 아니다. DX코리아 이전에는 20여 년간 민간 전시 기획 전문가로 살았다. '2012 여수 엑스포' 등 다양한 전시회를 기획·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방산 전시회와의 인연은 우연히 방문한 말레이시아에서 맺어졌다. 박 대표는 "말레이시아에 '디펜스 서비스 아시아(DSA)'란 방산 전시회가 있다. 30여 년 전부터 격년으로 아주 크게 열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 행사다. 우연히 그 현장에 갈 수 있게 됐다"며 "말레이시아는 방산 물자 생산 역량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지는 나라다. 이 나라도 하는데, 자국 내 생산력도 있고 아직 전쟁 중인 우리나라에서 못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육군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다. 작전만 할 것이 아니라 방산 기업들을 도와야 한다. 해외 수출길을 열어주지 않으면 결국 해외에서 모든 무기를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며 "육군도 취지에 공감했고, 자신들이 직접 영리법인을 지원할 수 없으니 공공성이 있는 단체나 방산진흥단체 등과 조직위원회를 구성해서 오라고 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육군발전협회다. DX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이렇게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박춘종 디펜스엑스포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박춘종 디펜스엑스포 대표. (사진=전다윗 기자)

◆법적 분쟁 휘말린 DX코리아…계약서 해석 두고 판단 엇갈려

한국의 DSA를 목표로 지난 2014년부터 달려온 DX코리아 조직위원회는 주최자인 육군협회가 2024년 행사를 앞두고 새로운 주관사를 구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육군협회는 2022년을 마지막으로 디펜스엑스포와 계약이 만료됐다며 지난달 행사 이름을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로 변경하고 주관사 공고 모집을 나라장터에 게재했다. 행사 규모를 더 키우기 위해  협의에 따른 수의계약 형태로 정하던 주관사를 공개입찰 방식으로 정하기로 했다는 것이 육군협회 측 주장이다. 

반면 지금까지 행사를 주관해 왔던 디펜스엑스포 측은 아직 계약 기간이 남은 상태에서 일방 계약 파기 통보를 받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동협약서에 앞서 작성한 부속협약서에 따르면 주관사 계약은 내년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는 것이다. 현재 디스엑스포 측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업주관사 지위 확인을 위한 소송'과 함께 '공고입찰 절차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디펜스엑스포는 DX 코리아의 단순 주관사가 아니라 행사를 함께 발전시켜 온 파트너 관계"라고 강조했다. 사업 초기부터 기부금을 10억원 가까이 지불하는 등 협력사 수준의 밀접한 관계라는 것이다. 그는 "육군협회는 자신들이 사업 주최자이고 대행을 맡기는 구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손익과 관계없이 기부금을 받는 형태로 지난 10년간 약 10억원 정도를 받아왔다"며 "육군협회 명칭 사용 및 대관업무에 대한 대가로서는 상당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비(非)군 출신의 서러움도 느낀다고 했다. 박 대표 측은 내년에 열릴 KADEX 2024의 단독응찰자로 참여한 모 전시업체와 그 협력회사가 육군협회와 이권으로 얽힌 관계로 의심하고 있다. 새 주관사 측 일부 인사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육군협회 인사들과 선후배 관계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우리 입장에서는 10년 고생해 자리를 잡고 수익을 내기 시작하자 행사를 독식하려고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DX 코리아 행사 사진. (사진제공=디펜스엑스포)
DX 코리아 행사 사진. (사진제공=디펜스엑스포)

◆"방산 전시회, 노하우 없이 쉽지 않아…좌초할까 우려"

박 대표는 이번 갈등으로 10년 만에 겨우 궤도에 오른 방산 전시 플랫폼이 다시 동력을 잃게 될까 우려했다. 그는 "해외 대상 방산 전시회는 결코 쉽지 않다. 보통 1년 전부터 행사 준비에 돌입한다. 해외 대사관을 70여 군데 돌아다니며 전시회 초청에 관한 협의를 해야 한다"며 "방산 전시회는 참가비도 비싸다. DX코리아의 경우 630만원이 넘는다. 꼭 필요한 기업들을 찾아가 제안해야 한다. 섭외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다"고 했다.

이어 "해외 방산 전시회를 보면 대부분 30년 이상 이어져 왔다. 노하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시회 경험으로 잔뼈가 굵었던 저도 어려운 점이 상당히 많았다"며 "새로 정해진 주관사는 우리보다 규모는 크지만 방산 전시회 관련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관련 노하우가 없는 회사가 행사를 주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안 그래도 DX코리아는 후발주자다. 10년간 황무지에서 DX코리아라는 방산 전시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달려왔는데, 좌초될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육군 내부에서도 육군협회가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10년간 DX코리아를 발전시켜 온 기존 주관사를 일방적으로 외면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라며 "다만 육군협회 소속 인원 대부분이 까마득한 선배들이라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저를 포함한 디펜스엑스포 임직원들은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10년간 황무지를 가꿔 온 민간의 피땀이 모두 부정되진 않기만을 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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