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다혜 기자
  • 입력 2023.10.15 08:0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정덕진 수원대학교 드론산업공학과 교수

정덕진 수원대학교 드론산업공학과 교수. (사진=김다혜기자)
정덕진 수원대학교 드론산업공학과 교수. (사진=김다혜 기자)

[뉴스웍스=김다혜 기자] 지난 7일 밤,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서울세계불꽃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머리 위로 400여 대의 드론이 화려한 불꽃과 함께 서울의 밤하늘을 수놓았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선 폭탄을 실은 드론이 전장에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드론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드론쇼부터 드론을 이용한 배송까지, 이제 드론은 우리의 삶에 빠르게 녹아들 전망이다.

전 세계 드론 산업의 규모는 지난해 43조원에서 오는 2032년에는 146조원 규모로 팽창할 전망이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고, 이에 걸맞은 서비스가 적용되면서 촬영은 물론 레저, 농업, 건설관리, 통신, 국방 등 곳곳에서 드론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성장세에 발맞춰 국회에서 ‘소형드론의 안전관리 및 사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최근 발의되기도 했다. 각종 산업으로 드론이 확산함에 따라 제도적 가이드를 수립하기 위함이다.

뉴스웍스는 정덕진 수원대학교 드론 산업공학과 교수를 만나 드론 산업의 성장과 상업화 확대에 따른 우려 등을 물었다.

그는 드론에 관련 법안에 대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단언했다. 특히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드론 자체를 넘어 드론을 운용하는 사용자까지 관리가 이뤄져야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드론 전성시대가 된 것 같다. 시작이 궁금하다. 

"드론은 무인 항공 비행체로 원격 조종이나 프로그래밍된 경로에 따라 비행할 수 있는 자동화된 비행 시스템이다. 드론은 사실 군사용으로 출발했다. 드론은 1970년대부터 연구됐고 기술 발전으로 소형화된 장치들을 드론에 장착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드론이 대중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경이다. 드론 제작업체 DJI가 미국 할리우드에 드론을 무상 공급, 촬영용으로 상용화가 시작됐다.

드론이라는 명칭은 국내와 일부 동아시아국가에서만 사용하는 명칭이다. 드론(Drone)의 영문 뜻은 '수컷 꿀벌'로 미군이 1930년대 말 영국의 무인기를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당시 영국의 무인기 이름이 '퀸비(여왕벌)'인 점을 고려해 여왕벌을 보좌하는 수벌의 뜻을 가진 드론으로 표기했다. 이후 미국에서는 드론의 명칭을 UAV와 UAS, RPA 등으로 변경해 사용 중이다.

현재 국제적으로는 ISO(국제표준화기구)에서 민간용 드론을 ‘멀티콥터(Multi copter)'로 통칭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드론’이라는 표현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항공안전법에 따라 '초경량무인비행장치'라고 통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령에 따라 혹은 대통령령에 따라 지칭하는 명칭이 바뀌는 상황이다."

-가장 시급한 드론 관련 법안을 꼽자면?

"우선 드론 분류 기준부터 다시 마련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드론을 중량에 따라서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있지만 중량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상공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특성상 떨어지는 높이와 속도에 따라서 충격량(운동에너지)이 큰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어떤 높이에서 떨어지는 중력을 기준으로 삼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떨어지는 드론을 머리에 맞았을 때와 다리에 맞았을 때의 치명상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또 드론을 운영할 때는 ‘가시권 비행’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가시권 비행은 드론 조종사가 드론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에서의 운영을 의미한다. 현행법상 가시권 비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드론 운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가시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마다 보이는 기준이 다르다는 문제가 있다. 조종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드론이 안 보이는 상황이지만, 드론 조종자가 드론이 보인다고 주장할 때, 가시권 비행으로 인정하게 된다. 드론을 어떻게 활용할지보다는 드론 운영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규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의 여객기와 민간기만이 이용했던 공간을 드론이 함께 이용하게 되는 데 따라 항공 안전법도 개정해야 한다. 바람과 날씨, 기계 결함 등 드론 운영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드론이 추락하거나 충돌하는 상황에서 안전사고는 불가피하다. 더불어 이를 보상할 보험에 관한 법률도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다른 나라는 관련 법안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앞서 설명한 국내에서 ‘가시권 비행’에 대한 제한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드론 산업이 활발한 미국의 경우, 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법 개정은 더디지만, 국내보다는 낫다. 

미국은 가시권을 벗어난 드론 비행을 승인하며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조종자의 시야에서 약 10마일(16㎞) 벗어난 드론 비행이 가능해졌다. 넓은 국토에서 차 없이 쇼핑하기 어려운 미국에서 드론 배송이 활성화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것 같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경기 성남시와 충남 태안군 2개 지자체와 함께 ‘2023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 중이다. BGF리테일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경기 성남시와 충남 태안군 2개 지자체와 함께 ‘2023년 드론 실증도시 구축사업’에 참여 중이다. BGF리테일이 드론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제공=BGF리테일)

-국내 유통 업체의 드론 배송…과연 시장성 있나?

"미국의 경우 아마존과 월마트 같은 대형 유통기업들을 중심으로 드론 배송이 늘어나고 있다. 월마트는 드론회사 윙과 협력해 매장에서 가시권 비행 기준이었던 6마일(9.7㎞)까지 드론을 이용한 생필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통이 단절된 일부 격오지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가 실제 운영되고 있지만, 빠르게 상용화되고 있는 미국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오토바이를 이용한 배달 인프라가 잘 마련되어 있는 곳이라면 '굳이'라는 생각도 든다.

비용적인 측면에서 드론을 통한 배송 서비스가 기존의 배송 인프라를 이길 수 없다. 드론을 운영하는 데 우선 드론을 조종할 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앞서 설명한 가시권 비행 조건을 충족하려면 드론 주위를 확인하는 인력이 추가 배치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책임질 컨트롤타워도 필요하고 드론을 이착륙할 공간과 인력도 필요하다.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드론을 들여보내 물건을 수령하는 건 상상에 불과하다.

드론은 인력 부족이 예상된 분야에 활용되면 안 된다. '사람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의 자리를 드론이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한 법률적, 기계적인 문제부터 나아가 보험 등의 분야까지 정비한 이후에 드론을 인력 대체 수단으로 강구하는 것이 맞다."

-최근에는 드론 사생활 침해 논란도 뜨겁다. 

"드론으로 발생하는 사생활 침해 문제는 통제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날아다니는 카메라로 찍히는 영상에는 광범위한 불특정 다수가 담긴다.

드론을 조종자가 드론을 통해 본 장면 중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는 부분에서만 눈을 감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조종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적은 비용으로도 드론 운용이 가능한 만큼 불법 드론 운용자가 사생활 침해 피해를 일으키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드론의 소형화로 주변에 있는 드론을 인지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사생활 침해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정부가 2024년까지 드론 촬영 기준을 정비하고 있다. 정보 주체가 촬영 사실을 인지한 후, 거부하지 않을 경우에만 이동형 영상 정보처리기기의 촬영이 허용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이 정비되고 있다."

-앞으로 드론은 어느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까?

"군사 분야와 시설물 관리 분야다.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드론을 내세워 아르메니아를 제압했다. 우크라이나도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를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민간에서 사용하는 150만원가량인 드론에 셔틀콕을 부착한 폭탄을 설치하고, 수십억원짜리 전차를 파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장에서 드론은 작지만, 막강한 파괴력을 가졌다. 또한 작은 크기로 레이더망을 빠져나간다. 레이더가 드론을 새로 인식해 방공무기를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따라서 드론은 군사 전략적으로 중요도를 더욱 높여갈 것이다. 

특정인의 생김새를 드론에 입력한 뒤 AI를 활용해 드론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공격하는 기술도 이미 실현됐다. 전쟁에서의 쓰임과 유사하게 일상에서 사용된다면,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규모의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시설물 관리 분야에서 드론이 활용되면 공공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터널과 다리, 고층 건물 등의 시설물 관리에서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부분을 드론이 대신한다. 같은 시설물을 대상으로 안전검사를 진행했을 때 사람이 발견한 결함은 180여 건, 드론이 찾은 결함은 이의 약 10배에 달하는 1800여 건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더 많은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한 안전점검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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