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9.05 15:29

전기차 보조금 줄면서 수요 '주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가 발표한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된 '아이오닉 6'. (사진제공=현대차)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앤드라이버가 발표한 '올해의 전기차'에 선정된 '아이오닉 6'.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출고 대기기간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도체 및 부품 수급난이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서 생산이 정상화된 면도 있지만,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납기가 크게 단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등 현대차 기아 주요 전기차 모델의 9월 납기 일정은 1개월 수준이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계약 후 출고까지 6~12개월 이상 소요됐으나, 부품 수급 문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납기 일정도 빠르게 줄고 있는 추세다. 

전기차의 출고 대기기간이 줄어든 또다른 원인은 전기차 판매량의 증가폭 둔화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차량 가격은 올랐지만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해마다 줄면서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0년 3만1297대에서 2021년 7만1505대로 128% 성장했지만 2022년에는 12만3908대가 판매되면서 73% 성장을 기록, 증가율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올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6만7654대로, 지금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2023년 판매량은 전년 판매량을 밑돌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8월 신차등록 사용연료별 대수. (자료제공=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8월 신차등록 사용연료별 대수. (자료제공=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빠르게 출고되는 전기차와 달리 하이브리드 차량은 여전히 6~12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아반떼 하이브리드 12개월 ▲쏘나타 하이브리드 11개월 ▲투싼 하이브리드 7개월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6개월 ▲쏘렌토 하이브리드 12개월이 소요된다. 지난 3월과 비교했을 때 쏘나타 하이브리드(7개월)의 대기기간은 오히려 5개월 늘었다.

하이브리드의 출고 대기기간이 긴 이유는 늘어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8월 연료별 신차등록 대수를 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 늘어난 2만1951대가 판매됐다. 휘발유나 경유 등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 판매량은 0.7~46.6%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로 완전히 넘어가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차량의 출고 대기기간도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호근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이제는 얼리어댑터의 전기차 구매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경제적 이득이 있다고 판단한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하는 '전기차 시장 확대 단계'"라며 "하이브리드 차량이 친환경차에서 제외되기 전까지는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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