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09.12 11:43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8000억원 규모의 해군 차기 호위함(울산급 배치-Ⅲ 5·6번함) 건조사업을 두고 조선업계가 시끄럽다. 이미 지난 7월 14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후순위로 밀린 HD현대중공업이 이의 제기에 이어 법원에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다.

해당 사업의 제안서 평가는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을 앞섰다. 현대중공업이 언급한 '기술력'은 양사의 전체 수상함 건조 기술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호위함 5·6번함을 어떻게 잘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다. 시장을 독과점으로 장악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적 평가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이 적용되면서 한화오션이 호위함 5·6번함의 우선협상자가 됐다.

보안 감점의 원인이 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설계도면 유출 사건은 '실수'와 '억울함'으로 치부할 수 없는 명백한 군사기밀 유출 사고였다. 이는 방사청이 제시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점 기준 중 가장 크고 중대한 사안이다. 사건에 가담한 HD현대중공업 관계자 12명 중 9명이 기소돼 8명은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됐고, 나머지 1명 또한 검사 측이 형량이 작다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그만큼 전례 없는 사건이었다.

현재 한화오션은 소송으로 모든 행정절차가 중단된 상태다. 본계약을 못 해 자재와 탑재 장비 등 각종 기자재 발주 또한 지연되고 있다. 군의 전력화 일정으로 납기일이 정해져 있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고품질의 함정을 만들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도 밀릴 수 있다. 만약 납기일을 넘길 경우 지체상금(납품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금)마저 물어야 한다.

또한 건조된 배는 해군에 곧바로 인도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는 배를 제외한 후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일정이 지체되는 만큼, 전력화 일정도 지연돼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국방의 전력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인 보안 감점의 의미를 퇴색시켜선 안 된다. 물론 치열한 수주 경쟁전을 치르는 업체의 입장에선 보안 감점 제도가 가혹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기본적인 자세라면 방산 계열사들의 중론을 모아 방사청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등, 전력화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응당한 도리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방첩사령부를 찾아 "방산업체의 핵심 기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방산기밀 보호활동을 적극 시행해야 한다”며 확고한 군사보안태세 정립을 강조한 것이 불과 반년 전이다.

지금까지 정부 사업에서 가처분신청으로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없었다. 그럼에도 가처분신청을 했다는 건 경쟁업체 발목잡기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조선업계 내 대표 기업으로서 정정당당하고 건강한 경쟁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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