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3.11.30 15:35

'누설 혐의' 1심 무죄 판결에 검찰 항소…법원 "다른 직원 시켜 유출" 판결

부산법원 종합청사. (사진=부산법원 홈페이지)
부산법원 종합청사. (사진=부산법원 홈페이지)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방위사업청의 군사기밀보호 문서를 몰래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직원이 항소심에 앞서 무죄로 판결된 일부 혐의마저 유죄를 선고받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울산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손철우)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HD현대중공업 직원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 전원에게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A씨를 포함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직원 9명은 지난 2013년부터 해군본부에서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작성한 KDDX 개념설계도와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관련 설계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몰래 촬영했다. 이 자료들을 PDF 파일로 변환 후 회사 내 비인가 서버에 보관해 오다 2018년 4월 국군기무사령부의 방산업체 보안감사에서 적발됐다.

유출된 문건은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개념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Ⅲ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Ⅲ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Ⅰ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이다.

특히 KDDX 개념 설계도는 옛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이 해군에 납품한 자료로, 장보고-Ⅲ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과 함께 군사 3급 기밀로 취급된다.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전시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지난 6월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전시된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모형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이들은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0년 9월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지난해 11월 19일 이 중 8명의 직원에 대해 집행유예 등의 유죄가 판결됐다. 하지만 A씨는 불법적으로 기밀을 수집한 점만 인정되고 누설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선고됐다. 즉, A씨가 직접 사내 서버에 올렸다는 증거가 없다고 보고, 불법 수집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것이다.

이에 검찰은 A씨가 '직접 또는 다른 직원에게 지시해' 문건을 서버 업로드 방법으로 유출한 것이라며 공소장을 변경해 즉각 항소, 집행유예 없이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해달라 재판부에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내 직책상 A씨 승인 없이는 내부 서버 업로드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1심 무죄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형량은 원심(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과 동일하게 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집한 군사기밀이 회사 내부적으로만 공유됐고 국가 안보에 현실적인 위험이 초래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사건은 당초 A씨를 포함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이 함께 기소돼 1심에서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A씨에 대해서만 항소했다.

한화오션 측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었던 부분이 모두 파기돼 유죄가 선고됨에 따라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불법행위가 모두 유죄임이 명확해졌다"며 "따라서 감사원, 수사기관, 방사청 등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관련된 비위 사실이나 불법행위를 면밀하게 살피고 엄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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