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3.09.22 19:35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검찰 독재 막아내자! 체포동의안 부결하라! 부결, 부결!"

21일 국회 앞 인도와 8차선 도로 중 4개 차로를 가득 메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은 절규에 가까운 고성을 외쳤다. 본회의 표결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을 압박하는 시위였다.

지지자들의 단체행동에도 불구하고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국회에서 가결됐다.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 의결 정족수인 출석 과반(148석)을 1표 차로 넘겼다. 

낙선한 대통령 후보자가 텃밭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제1야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설 때, 단식을 시작했을 때마다 거론되던 '방탄'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30명 내외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산된다. '방탄 꼬리표 떼기'를 의식한 표심으로 해석된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국회에 들어가겠다며 지하철 출구 셔터를 파손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했다. 민주당사 앞을 찾아가서는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며, 이른바 비명계 의원의 멸칭인 '수박' 색출 작업에 착수했다.

민주당도 '개딸'의 요구에 부응, '팬덤 정치'의 행보를 그대로 걸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배신자 색출을 예고했고, 이재명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검사독재정권의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더욱 강한 결집을 유도하는 메시지였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당시부터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500일간 영수회담'은 성사되지 못했다.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와 만난다면 자칫 '물 밑 거래를 했다'는 쓸데없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수회담은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국가의 현안을 논의하고 대승적 해법을 찾기 위해 만나는 자리다. 당 대표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마당에 민주당이 팬덤 정치에 계속 의지한다면 앞으로도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요원하다.

이 대표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은 국회에서 법원으로 넘어갔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타협 자체가 불가능한 정치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았다. 오직 강성 지지자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는 협상과 절충, 연대와 합의라는 정치적 언어를 구사하는 데 명백한 한계를 갖고 있다. 물론 외연 확장도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은 원내 절대 다수당이다. 제 1야당으로서 고금리와 저성장, 취업난 등으로 고통 받는 서민을 위해 민생경제 회복에 적극 나설 책무를 지고 있다. 불과 7개월여 남은 내년 총선 결과가 두렵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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