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09.27 15:38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3개월 연속으로 오른 데다 집단 중도금 대출을 비롯한 보증대출 금리마저 8개월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탓이다.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한국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8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보다 0.03%포인트 오른 4.83%로 집계됐다. 이는 3개월 만의 상승 전환이다.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지표금리 상승에 따라 주담대와 보증대출 금리가 오른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8월 주담대 금리는 4.31%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상승해 지난 5월(4.21%) 이후 3개월 연속 올랐다. 보증대출도 0.05%포인트 오른 4.96%를 기록해 가계대출 상승을 부추겼다.

문제는 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데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늦춰지기는커녕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682조4539억원)은 전월(680조8120억원)대비 1조6419억원이나 늘어났다. 이는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일 뿐 아니라 20여일 만에 이미 8월 증가 폭(1조5912억원)을 훌쩍 넘는 수치다. 특히 주담대가 1조8759억원이나 불어나며 주담대 대출 잔액이 516조8756억원에 달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자칫 가계부채 파탄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담대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기본적으론 주택 구입을 위해 일반 개별 주담대와 정책모기지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탓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직간접으로 유도한 대출규제 완화와 대출금리 억제정책이 부작용을 빚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 물가상승 등으로 가계 살림살이가 어렵다 보니 생활안정자금 등 기타 용도의 주담대도 많아져 대출규모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주담대 증가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커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계부채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대출의 질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여러 금융사에서 대출받은 취약 차주의 상환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만약 금리 오름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취약 차주의 연체율 상승으로 인한 금융권의 부실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대출 금리상승으로 인한 폐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리상승으로 가계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면 소비가 줄고, 성장률까지 저하시키는 악순환을 부르는 것은 물론 경기회복도 더욱 더디게 할 수도 있다. 가뜩이나 국가 경제 체력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전반적 금리 오름세가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것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해야 할 일은 뭘까. 빚부터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래야만 현재의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에 대비할 여력이 생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