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0.11 15:22

순환출자 구조 청산·중국 시장 공략 '과제'…미래 향한 인사이트·실행력 증명할 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차그룹)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년차를 맞는다.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자동차 판매 3위로 끌어올린 정 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전환에 따른 '퍼스트 무버(선도자)'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뛰어난 전략가로 정평이 난 정 회장은 전동화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보틱스를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신사업 분야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을 명료하게 제시했고, 이를 실행키 위한 대규모 투자에 과감히 착수했다. 새 시대를 위한 준비에 사활을 건 것이다.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추이. (자료제공=현대차, 에프앤가이드)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추이. (자료제공=현대차, 에프앤가이드)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톱3 달성…다음 목표는 '전기차 3위'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과 전동화 전환 투트랙 전략을 과감하게 펼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차는 지난해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도요타(1048만3000대), 폭스바겐(848만1000대)에 이어 사상 첫 톱3 반열에 올랐다. 2010년 이후 12년간 머물렀던 글로벌 판매량 5위 자리에서 두 계단 올라선 것이다. 올해 역시 상반기 판매량 366만대를 기록하며 542만대 도요타그룹, 437만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실적도 크게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연간 영업이익은 26조661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0년에는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이 4조4612억원이었는데 전망대로라면 3년 사이 영업이익이 6배가 되는 셈이다. 특히 2020년 기준 2.8%였던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올해 10%대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의 다음 목표는 글로벌 전기차 톱3 진입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다음 달 착공에 나서는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과 화성 '고객 맞춤형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전기차 생산능력을 대폭 키울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이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된다.

더불어 미국, 유럽 등 해외 내연기관차 공장의 전기차 라인 전환과 인도네시아 등 신흥시장의 전용 전기차 생산을 늘려 전기차 볼륨 확대를 도모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은 '아이오닉5'를 생산해 동남아 시장으로 공급 중이다. 동남아 시장의 고속 성장에 따라 현지 생산 물량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 4월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왼쪽)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서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통령실)

◆SDV전환 가속화…'퍼스트 무버' 전략 속도

정의선 회장은 국내 전기차 생태계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미래 자동차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에 총 21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2030년 144만대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전기차 분야의 투자로 인해 생산·연구개발·인프라·전략제휴 등의 선순환이 촉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이자 ‘퍼스트 무버’로 도약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총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12% 수준의 점유율을 목표하고 있다.

인도 첸나이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임직원들과 현지 전략 차종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인도 첸나이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정의선(왼쪽 세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임직원들과 현지 전략 차종 생산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순환출자·노사관계·중국…해결 과제도 산적 

사업다각화 및 물량 증가, 고수익 차종 중심 믹스 개선 등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현대차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자금 마련을 통해 순환출자 구조를 끊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국내 10대 그룹 중 현대차만이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64%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38%를 갖고 있다. 기아는 다시 현대모비스 지분 17.42%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그룹 계열사 간 지분이 촘촘하게 얽혀있어 지배 구조가 투명하지 못하다.

중국 시장도 해결해야 한다. 예전의 약 10% 점유율 시대는 가고 지금은 3% 수준에 불과하다.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생산량은 회복세에 접어들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는 여전하다.

이 밖에 여전히 살얼음판인 노사관계, 젊은 세대 유입에 따른 경직된 기업문화 개선은 정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현대차의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 늘어난 100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11조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 취임 후 현대차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3'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이제 그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와 실행력을 증명해야 하는 지점에 서있다. 지금이 바로 현대차그룹의 향후 10년을 좌우할 것임을 명심할 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