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한새 기자
  • 입력 2023.10.23 10:28

증거금률 낮은 키움증권 계좌 이용…리스크관리 '소홀'
상반기 순이익 뛰어넘는 미수금…4분기 적자 불가피

키움증권 여의도 사옥. (사진=뉴스웍스DB)
키움증권 여의도 사옥.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유한새 기자] 올해 호실적을 이어간 키움증권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영풍제지가 하한가를 기록하며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탓이다. 상반기 순이익을 날린 것은 물론 리스크관리도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44분 기준 키움증권은 전장 대비 1만9100원(19.04%) 하락한 8만1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 하락은 지난 20일 공시한 대규모 미수금 발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발생했다"며 "지난 20일 기준 영풍제지의 미수금 규모는 약 4943억원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하한가를 기록하고 거래정지된 영풍제지는 지난해 10월 21일 2731원을 시작으로 지난 9월 초까지 5만4200원까지 오르면서 1년 만에 20배 가까이 올랐다. 영풍제지의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 대양금속도 같은날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거래정지됐다.

금융당국은 거래 정지 이유에 대해 "영풍제지, 대양금속 등 2개 종목의 주가 급락과 관련해 신속한 거래질서 정립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발생한 SG증권발 주가 조작 사태 발생 이후 장기간에 걸쳐 시세가 오르는 종목들을 집중 감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제지가 걸린 것이다.

영풍제지와 대양금속 모두 "불공정거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윤모씨와 이모씨 등 4명은 100개가 넘는 계좌를 동원해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혐의계좌 중 상당수가 키움증권에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를 키움증권이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낮게 책정했다. 증거금 40만원을 들고 있으면 1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올린 것과 비교하면 키움증권은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거래정지 조치가 풀리면 상당기간 연속 하한가가 일어나고 반대매매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조작 세력이 영풍제지 주식을 증거금으로 대출을 받아 키움증권이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가도 이번 영풍제지 사태로 인한 키움증권에 오는 후폭풍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키움증권은 거래대금 상승으로 매 분기 호실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4258억원이다. 국내 증권사 중 1위다. 하지만 이번 영풍제지 관련 미수금이 상반기 순이익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B증권은 이번 영풍제지 사태로 키움증권은 25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예상 손실 금액은 거래정지가 풀리고 거래가 이루어지며 반대매매가 종료된 이후 1차적인 예상 손실금액이 집계될 것"이라며 "이후 고객 변제 규모에 따라 최종 손실금액이 확정될 것이다. KB증권에서는 4분기 실적에 25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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