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1.06 16:34

전문가들 "자율주행 차량 상용화는 시기상조…기술력 갖출 때까지 출시 보류해야 "

송호성 현대자동차 사장이 '2023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기아의 미래 전동화 전환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
송호성 기아 사장이 '2023 기아 EV 데이' 행사에서 기아의 미래 전동화 전환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현대차그룹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DP)' 시스템 출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기술 완성도의 문제로 현대차가 자체적으로 차량 출시를 보류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는 돌발 상황 발생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HDP 시스템이 탑재된 제네시스 'G90'과 기아 'EV9' 출시 일정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올해 상반기에 내놓으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레벨3 차량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레벨3는 제한된 구간에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 간에 제어권 전환이 수시로 이뤄지는 단계로, 운전자 개입이 최소화된다. 통상 레벨3부터 자율주행차로 부른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HDP 적용 시점을 미룬다고 직접 언급했다. 송 사장은 지난 달 12일에 열린 '기아 EV데이' 미디어 질의응답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실도로 주행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를 마주하고 있다. 이에 대책을 찾고 개선 중"이라며 "무엇보다 운전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100% 확신을 가질 때까지 도로 테스트를 지속할 예정으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HDP 적용 시점은 좀 더 미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도 같은 달 27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HDP 기술 도입과 관련해) 여러가지 제반 요건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추후 내부 검토가 끝나는 시기에 다시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현대차·기아의 이같은 태세 전환에 소비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HDP 시스템이 탑재된 기아 'EV9 GT-line'을 주문하고 대기 중인 한 소비자는 "완성되지 않은 기술을 판매하고 무작정 기다리게 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고 말했다.

기아의 전용 플래그십 SUV전기차 'EV9 GT line'. (사진제공=기아)
기아의 전용 플래그십 SUV전기차 'EV9 GT line'. (사진제공=기아)

하지만 HDP 기술력을 100% 확신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현대차 입장에서는 사고 발생 가능성이 존재하는 차량을 섣불리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자율주행 차량이 상용화된 미국에선 최근 기술 오류에 의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술이 시민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GM의 크루즈 무인 택시가 보행자를 인식하지 못해 6m를 끌고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로봇 택시 운행을 중단시켰다.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는 시기상조라는게 업계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을 완벽하게 갖출 때까지는 출시를 보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만에 하나 한 명의 사망자라도 발생한다면 회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로 미국에선 사고가 발생하고 있지 않나"라며 "기술을 신뢰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이 기아 EV9, 제네시스 G90 등에 탑재하겠다고 밝힌 HDP는 자동차 전용도로 및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놓고 있어도 차로 및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시스템이다. 전면 그릴 및 범퍼에 장착된 라이다 2개를 포함한 총 15개의 센서가 정밀 지도, 통합 제어기와 연동해 한층 자연스러운 자율주행을 제공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