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11.28 05:3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사고 방지 위해 블랙박스 수준 '정보 수집 장치' 도입 필요"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 (사진=정은지 기자)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 (사진=정은지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자율주행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 하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는 않는 모양새다.

글로벌 판매량 3위 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상반기에 차세대 주행보조(ADAS) 시스템인 HDP(Highway Driving Pilot) 시스템이 탑재된 'G90', 기아 'EV9'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상품성 개선을 이유로 해당 기술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HDP는 미국 자동차공학회 기준 자율주행 3단계에 충족되는 주행보조 기술이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 도로 내에서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한 상태에서 차량의 스티어링 휠(핸들)이나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조절할 필요가 없는 차량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 개발도 더딘 것은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선 제너럴모터스(GM)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인 크루즈의 로보택시와 보행자간 충돌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자 크루즈의 CEO 카일 보그트와 공동 창업자 댄 칸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당국이 크루즈의 운행 허가를 취소한지 1개월 만이다.

뉴스웍스는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를 만나 자율주행차 기술의 현주소와 미래 방향성에 대해 물었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전문가인 문 교수는 현재 오산대 자동차공학과 학과장,국제기능올림픽선수협회 수석부회장, 한국자동차기술인협회 부회장,법원 감정위원등에 재임 중이다.

다음은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사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운전 자동화 단계를 6단계(레벨 0~레벨 5)로 구분하고 있으며, 레벨 3부터 자율주행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율주행자동차에 사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경우 운전 자동화 단계를 6단계(레벨 0~레벨 5)로 구분하고 있으며, 레벨 3부터 자율주행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 단계는 미국 자동차공학회가 1단계에서 5단계까지 정의를 내렸다. 3단계부터는 운전자의 개입이 최소화 된다. 기술만 보자면 5단계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상용화다. 사고 발생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는 2단계에서 2.5단계까지 왔고 3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가 말하는 HDP도 고속도로라는 한정된 구간에서의 주행이다. 고속도로는 어느 정도 돌발 상황이 한정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 골목길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소프트웨어와 실시간 정보 등이 빠르게 업데이트 돼야 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가 빠른 듯 더디게 오고 있다. 자율주행의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는 뭔가.

"먼저 자율주행차의 기본적인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사람이 도로 사정을 인지하고 대응하듯 기계는 센서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해야 한다. 그만큼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막상 센서를 장착하고 자율주행 차량을 테스트해보니, 생각보다 실 도로에서 우발적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난이도는 상당히 높다. 오류 발생시 사람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기술적 완성도가 요구된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제작사 입장에서는 힘든 결정이다. 품질 보증 및 리콜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안전도 보장해야 한다. 기술을 선보일 수도, 선보이지 않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다른 국가들은 이미 자율주행에 큰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런 발전이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격 문제도 있지만, 자율주행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대응이 가장 큰 난제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율주행차량 운행 중단 조치가 취해졌다. 이번 결정이 의미하는 바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국가 중 일부 국가에서만 자율주행 테스트가 실도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최근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 운영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기술에 대한 불안감 및 불신도 덩달아 높아졌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OTA를 통해 가능하지만, 그만큼 휴먼 에러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기술 발전도 더딘 상황이다.

현대차가 HDP 시스템이 탑재된 자율주행 레벨3 차량을 내놓는다고 발표했으나, 출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차량에는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마이크로폰 등 총 15개의 감지 센서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센서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HDP 시스템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고가 났을 때의 과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워 출시를 보류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도입돼야 하나.

"일반 차량은 EDR(Enhanced Data Rate)이나 데이터 레코딩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현재 자율주행차는 이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DSSAD(Data Storage System for Automated Driving)가 탑재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귀책사유를 명확히 판단하려면 비행기 블랙박스 수준의 고도화된 정보 수집 장치 도입이 필요하다. 

데이터 샘플링 수집 간격도 줄여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의 간극이 0.5초다. 그런데 사람이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다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데 0.3초~0.4초가 걸린다. 이런 미세한 부분들을 정확히 판단하려면 샘플링 수집 속도를 0.1초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각종 교통정보 및 통신정보의 유기적 통합도 필요하다.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의 지형 정보나 공사 정보, 실시간 차량 트래픽 등의 정보가 하나로 융합돼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V2X(Vehicle to Everything) 통신 기술이다. 

V2X는 차량이 유·무선 통신망을 이용해 주변 차량 및 도로 인프라 등과 정보를 교환하거나 공유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차량과 보행자, 차량과 모바일 기기간 통신을 포함한다.

V2X 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센서 인식 범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며, 주변상황 인식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 환경을 인지할 수 있어 레벨 4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도로교통안전국은 V2V(Veghicle to Vehicle) 통신을 위한 전송 메시지와 형식, 최소 성능 요구사항 및 평가방법 등을 정의하고, 근거리 전용 고속 패킷 통신 시스템(DSRC) 장치 의무 장착을 위한 규칙제정공고를 발의했다. 

이후에는 자율주행차의 발전을 위해 각 제조사 간의 데이터 표준화가 달성돼야 한다. 데이터 표준화가 이뤄질 경우 서로 다른 제조사의 차량 간에도 데이터를 공유해 주행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어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자율주행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법안은.

"법적으로 가장 지켜져야 하는 부분은 운전자 및 보행자의 안전이다. 현재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로 접어든 차량은 임시운행 차량이나 특정 지역에서 정해진 루트로만 이동하는 셔틀 정도인데, 시범 운행 수준인 만큼 법률도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 법안을 참고해 자율주행 레벨 5 단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디테일한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규정 마련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량은 센서 및 카메라 등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만큼 데이터 활용에 대한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연방 정부에서 자율주행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전성, 테스트 및 인증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유럽 연합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표준 및 안전 규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율주행차에 대한 규정을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외에 어떤 분야에 응용할 수 있나.

"차량 뿐만 아니라 기차, 선박, 항공,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이미 자율주행 트랙터나 드론을 활용해 작물의 식수, 비료 분사, 작물 감시, 수확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도심 항공 이동 수단(UAM) 등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원천 기술만 개발되면 다른 분야로의 파생 속도는 상당히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의 활용은 기존의 업무 및 서비스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이 다양한 산업과 일상 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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