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13 17:03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자율주행차량에 탑재되는 각종 센서들. (자료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일본 혼다는 세계 최초로 레벨3 수준으로 '트래픽 잼 파일럿' 기능을 지닌 레전드를 2021년 3월 출시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같은 해 12월 독일에서 '드라이브 파일럿' 기능을 갖춘 S클래스로 레벨3 승인을 얻었고 2023년 1월에는 미국에서도 인증을 받았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레벨3 시스템이 장착된 G90과 EV9을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자율주행이란 자동차나 비행기, 로봇 등 기계장치가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자체 장착된 센서와 컴퓨팅 시스템에 따라 스스로 주행하는 것을 말한다. 무인자동차는 레이더, LIDAR, GPS, 카메라 등으로 주위 환경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면서 목적지까지 최적의 주행경로를 선택, 자동으로 달린다.

레벨2는 스마트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보조기능이 들어간 차량으로 이미 널리 도입됐다. 레벨3은 제한된 구간에서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 간에 제어권 전환이 수시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레벨4는 완전한 자율주행차이지만 위험할 경우 사람이 수동으로 조작한다. 레벨5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사람의 개입이 필요없는 단계를 의미한다.

GM 크루즈와 웨이모는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바이두와 포니AI는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택시 운행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도로에 떨어진 보행자가 자율주행차에 깔려 중상을 입거나 자율주행차가 소방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가 나자 캘리포니아 차량관리국은 GM 크루즈의 무인 로보 택시 운행 허가를 중단했다. 그간 미국에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이 부적합한 환경에서 작동하면서 사고가 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무인 자율주행차의 안전관리에 대한 대책 강화 목소리가 커졌지만 그렇다고 시계가 거꾸로 갈 수는 없다. 운전자 피로와 실수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이고 도로 효율도 높일 수 있는 레벨 4 이상의 완전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를 위한 주요 국가의 기술투자와 산업정책 변화, 제도 개선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심야 자율주행버스가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자율주행차는 일상생활 속에 부분적으로 들어왔다. 지난 9월 현재 국내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24개이고 11월 현재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자율주행차도 422대에 이른다. 서울 도심에선 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만 하는 심야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다. 통신 오류 등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만 운전자가 운전을 맡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와 운전자의 의무, 운전자 대상 교육에 이르기까지 사람을 전제로 제정됐다. 완전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운행 주체가 사람을 넘어 ‘자율주행시스템’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완전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두고 결정해야할 사안은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날 경우 누구에게 민·형사책임을 묻느냐이다. 사람이 운전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발생한 사고에 대해 현재처럼 운전자 위주로 책임이 인정된다면 누구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율주행차 소유자가 자율주행장치의 안정적 작동을 위한 정기적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고장이 났는데도 보수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에 따른 각종 책임을 지는 것은 마땅하다.

(그림제공=경찰청)
(그림제공=경찰청)

이와 관련, 경찰청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운행 주체 또는 제조사 등에 대한 형사책임 원칙을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한 도로교통안전 추진전략’을 보고하면서 2027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도로교통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의 안전운행 관리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고 의무사항을 정립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경찰청은 유사시 자율주행 차량의 제어권을 갖는 자연인으로서 자율주행 기능의 활성화 여부를 결정하는 ‘기술감독관’과 같은 새로운 인적 주체를 도입할 방침이다. 향후 자율주행시스템이 교통법규를 위반한다면 운행 관리자와 서비스 사업자 등에게 과태료를 물려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은 2021년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의 안전을 관리하는 '기술감독관'을 신설하면서 자동차 소유자, 기술감독관, 제조자로 나눠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일본은 올해 도로교통법을 바꾸면서 ▲특정자동운행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 작동이 발생하면 운행 종료 조치를 취하며 사고 발생시 신고 의무가 부여되는 '특정자동운행 주임자' ▲특정자동운행 허가를 받은 자로 주임자 등 업무종사자를 정하는 '특정자동운행 실시자' ▲실시자와 주임자의 지시에 따라 현장 대처에 나서는 '현장조치 실시자'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완전 자율주행시대 도로교통안전 추진전략. (그림제공=경찰청)
완전 자율주행시대 도로교통안전 추진전략. (그림제공=경찰청)

경찰청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의 운행 중 사고와 관련해 제조사·운영자·운전자 등 다양한 주체에 대한 형사책임 기준을 2026년까지 정립할 방침이다. 기술감독관이나 원격운전자 등 새로운 운행 주체가 정의되면 세부자격 및 안전 요건을 규정하고 검증제도를 2027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일으켰을 경우 평소 제대로 관리 받았는지가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이를 위해 경찰청은 자율주행 교통사고 발생 시 정확한 원인 조사를 위해 운행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내년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당연한 조치다.

(표제공=경찰청)
(표제공=경찰청)

자체 센서에 의존한 자율주행자의 단독주행은 악천후 등으로 시계가 불량할 경우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전국의 실시간 신호정보와 교통안전 인프라 정보를 자율주행차에게 제공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내년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뒤 2027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관련 정보를 전국 단위로 취합, 제공하는 종합 교통정보 플랫폼도 2028년 이후 구축한다. 

한국은 자동차 강국으로서 자율주행산업에서도 선도국가가 되어야만 지속적인 수출 신장을 도모할 수 있다. 기존 연구개발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완전 자율주행차가 안전한 상태에서 2027년까지 상용화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된 법률 제·개정과 자동차보험사의 보험수가 마련 등도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완전 자율주행시대가 정착하면 교통사고부터 줄어들고 운행 편의는 높아져야 한다. 국민들이 이런 믿음과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교통안전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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