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12.04 15:05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한국광해광업공단을 비롯한 배터리 3사, 소재 기업, 협회 및 관련 유관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국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지난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포스코퓨처엠, LG화학, 에코프로,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 배터리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미국 IRA FEOC 관련 민관합동 대응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한 FEOC(외국우려기업) 세부 지침을 발표했다. 중국 측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기업을 FEOC로 지정하는 등, 한층 까다로워진 규정에 국내 배터리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2025년부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에 있는 기업, 이들 국가 기업의 지분이 25%를 넘는 합작기업에 대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세부 규정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FEOC 지분율 기준을 '50% 미만'까지로 보고, 이에 맞춘 대안을 마련 중이었다. 하지만 보다 엄격한 기준이 발표되면서 원자재 확보를 위해 중국 기업과 합작법인(JV)을 준비 중이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예상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으로 관측된다. 

IRA가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이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 공급망 확대에 집중하면서도 불안한 심정이었다. IRA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세계 최대 핵심 광물 보유국인 중국을 완전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들어 중국 기업들과 합작사업을 맺어 소재 확보에 나섰다. 마침 미국 정부에 견제당해 수출 방법을 고뇌하던 중국 기업과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LG화학은 지난 4월 화유코발트와 함께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화유그룹과 양극재 공급망에 대한 포괄적 업무협약(MOU)을 맺고 화유그룹 산하 유산과 모로코에 LFP 양극재 합작공장도 짓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업체 야화와 모로코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MOU를 맺었으며, 화유코발트와는 중국 내 첫 한중 합작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포스코홀딩스와 포스코퓨처엠도 중국 CNGR과 경북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하고 지난 6월 합작투자계약(JVA)을 체결했다.

이들 합작사업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모로코에서, 이외는 전부 국내에서 이뤄진다. 모두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다. 현재 IRA 지침 내용에 따르면, 미국과 FTA 맺은 국가서 핵심 광물의 40% 이상을 추출, 가공할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원료 확보와 미국 보조금 혜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합작'을 택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분율 25% 미만'을 골자로 하는 세부 법안으로 한국과 중국의 우회로가 막혔다. 주로 양국 기업의 지분율은 51대 49로 추진되는데, 현재 지분을 유지하면 IRA FEOC 규정에 따라 보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기업의 지분율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천억원의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내년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투자 비용까지 확보하게 되면 국내 업체들의 위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업체들은 추가 지분 확보가 최선의 대응책이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IRA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화유코발트와 JV를 추진하는 것은 원재료 확보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업체의 지분을 완전 배제해야 한다면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25%의 지분율 제한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추가 지분 확보에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다른 대안도 준비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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