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3.12.20 11:58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아라미드 제품. (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하는 아라미드 제품. (사진제공=코오롱인더스트리)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있다. 강철보다 5배나 단단한 실로 불리는 '아라미드(Arami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방탄복에 주로 쓰이던 아라미드는 최근 5세대(5G) 광케이블과 전기차 타이어 등으로 사용 폭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20일 공장증설을 끝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증설물량(연산 7810톤 규모) 대부분이 이미 판매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만들지 못해 팔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단단해 총알도 뚫지 못하는 강도, 500°C의 고온에서도 타거나 녹지 않는 내열성, 아무리 힘을 가해도 늘어나지 않는 뛰어난 인장강도를 가진 섬유다. 또 5㎜ 정도의 가느다란 실이 2톤 트럭을 들어 올릴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슈퍼섬유'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동안 방탄복과 소방복 등 각종 보호 장비에 주로 쓰였던 아라미드가 다양한 산업용 보강제로 활용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아라미드의 수요 증가를 견인한 대표적인 산업이 5세대(5G) 통신이다. 5G의 필수 설비인 광섬유는 기존의 구리선보다 전송속도가 월등히 높지만, 쉽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어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케이블 내 강도를 높이기 위해 쓰이는 것이 아라미드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광케이블 도입률이 26%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아라미드의 수요는 앞으로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5G 통신 수요가 많을수록 아라미드 시장도 함께 커지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된 것도 아라미드 수요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해 무거운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무거운 차체를 버틸 수 있는 높은 강도와 탄성을 지닌 아라미드를 타이어 보강재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자동차업계가 환경규제에 맞추기 위해 브레이크 패드에 아라미드를 쓰기 시작한 것도 호재다. 아라미드가 적용된 자동차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분진이 70% 감소해 친환경적인데다 소음 저감, 우수한 제동력 등의 강점을 지니고 있어 수요증가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아라미드의 수요는 앞으로 계속 커질 전망이다. 전기차 전장은 물론 우주항공 핵심 소재로도 사용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아라미드 시장 규모는 매년 9% 성장해 2026년 10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광케이블과 전기차 수요가 2026년까지 매년 12%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라미드 시장을 선점하고, 미래 수출 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선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이번 증설공사 완료는 큰 의미가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번 증설로 생산능력이 기존 연산 7500만톤에서 1만5310톤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브레이크 패드에 쓰이는 아라미드 펄프 생산량도 1500톤에서 3000톤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대로만 만족해선 안 된다.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수익성과 품질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아라미드 선도기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래야 아라미드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완벽히 자리매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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