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3.12.31 08:00

AI 품은 스마트폰·노트북…연초부터 경쟁 본격화
4000만원대 전기차 속속 출시…성장세 회복 기대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전경,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채윤정·정은지 기자] 2024년 산업 분야의 키워드는 ▲반도체 수요 회복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친환경차 수출 주도 ▲엔트리급 전기차 등이 될 전망이다. 

산업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산업인 반도체 시장의 올해 극심한 불황은 한국 경제를 뒤흔들 정도의 파장을 미쳤다. 반도체 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할 만큼 비중이 큰 만큼, 반도체 불황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막대하다. 따라서 2024년 반도체 시장 회복은 관련 산업을 넘어 한국 경제의 회복을 좌우할 최대 관심사다. 

또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 경쟁은 이제는 스마트폰·노트북 등 제품으로까지 빠르게 확산하며 산업의 대세로 확고히 자리잡을 전망이다. 2024년에는 AI 폰과 AI 노트북 등이 시장에 대거 출시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의 2024년 빅 키워드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전기차'다. 국내 전기차 업체들의 수출량이 급증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 수출 전략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엔트리급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하며 전기차 확산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현장 이미지.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 수요 회복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긴 침체기를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24년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이전 수준만큼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업턴에 대한 기대감이다. 

다수의 반도체 시장 전문가들은 2024년 반도체 판매 시장이 20% 성장률을 보이며 부진에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최근 반도체 관련주들도 힘을 받고 있다. 

증권가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2024년부터 2년 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 역시 새해 들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회복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본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반도체의 봄'에 힘을 실었다. 

우선 내년에는 시장 상황을 낙관할 만한 요소가 많다. 인공지능(AI)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많이 팔리고 DDR5 등 D램과 관련된 고부가 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HBM은 올해 생성형 AI 개발 열기로 급격하게 판매가 늘어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까지 물량이 없어서 판매를 못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내년에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큐와이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7억6700만달러에서 2029년까지 매년 25.4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포스도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면서 올해 9%에서 내년 18%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KB증권은 HBM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는 9%에 그치지만 내년에는 19%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규모도 올해 15억달러(약 1조9290억원)에서 2025년 56억달러(약 7조2016억원)로 3.7배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3개 사업자가 과점하고 있는 데 반해 낸드플래시 시장은 6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어 낸드플래시 시장 회복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회복은 '반짝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시각도 보인다. 최근 감산 효과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 같은 감산 효과도 시간이 지나며 반감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 왼쪽)삼성전자 ‘갤럭시 북4’ 시리즈와 LG전자 ‘LG 그램 프로’ 시리즈. (사진제공=각사)
(사진 왼쪽)삼성전자 ‘갤럭시 북4’ 시리즈와 LG전자 ‘LG 그램 프로’ 시리즈. (사진제공=각사)

◆생성형 AI 확산 본격화 

글로벌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은 '챗GPT'를 시작으로 글로벌 IT 기업 및 국내 주요 IT·통신 기업들은 생성형 AI 개발에 속속 뛰어들었다. 이 같은 생성형 AI 기술 개발 경쟁은 최근에는 제품군으로까지 확대돼 2024년에는 AI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PC 출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휴대전화 업체들은 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속속 내놓는다. 2024년 1월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산호세)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여는 삼성전자는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를 선보인다. AI 온디바이스는 인터넷 연결 없이 AI가 스마트폰이나 PC 등 단말기에서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는 장치다.

갤럭시 S24는 AI 기능을 통해 실시간 통역 통화 기능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모국어로 얘기를 하면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설치 없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 이를 전달해준다. 또 AI 기능은 사진 수정, 동영상 생성, 배경화면 맞춤 제작, 메일 요약 서비스에도 적용될 계획이다. 

애플은 생성형 AI를 온디바이스로 탑재한 아이폰16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도 자체 제작 스마트폰인 '픽셀8 프로'에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를 탑재한다. 또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AI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AI폰 출하량이 1억대를 넘기고, 2027년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40% 수준인 5억220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발표된 노트북에도 AI 기능이 탑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인텔 코어 울트라 CPU를 탑재한 '갤럭시 북4 시리즈'를, LG전자는 같은 CPU를 탑재한 LG그램을 내달 2일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 및 LG전자는 지난 18일부터 제품 한정 판매를 진행했다. 

인텔 코어 울트라 CPU는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텔 AI 부스트가 내장돼,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자체 AI 연산이 가능하다. 사진을 분석하는 경우, 인물·장소·날짜 등 38개 카테고리에 따라 자동 분류해준다. 

포털 및 이동통신사에서도 초거대 AI 개발 경쟁이 뜨겁다. 

초거대 AI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네이버는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인 '하이퍼클로바'의 개선판인 '하이퍼클로바X'를 지난 8월 24일 공개했다.

SK텔레콤은 도이치텔레콤, 앤트로픽, 메타와 공동으로 한국어, 영어, 독일어 등을 지원하는 통신사 특화 LLM을 공동 개발해 2024년 1분기 중 공개할 계획이다. 또 이전에 선보인 AI 비서인 '에이닷'에 최근 통화 중 실시간 통역 기능을 제공하는 '에이닷 통역콜'을 선보였다. 현재는 아이폰에서만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안드로이드 OS에서 이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 

KT는 B2B 시장에 포커스를 맞춘 초거대 LLM인 AI '믿음'을 출시하고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상반기 AI 통합 브랜드 '익시'(ixi)에 생성형 AI를 추가한 '익시젠'(ixi-GEN) 공개를 앞두고 있다. LG AI 연구원은 초거대 AI인 '엑사원'을 선보인 바 있는데 LG유플러스는 이 원천 AI 소스에 기반해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킨 제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6'. (사진제공=현대차)

◆전기차, 친환경차 수출 주도

'전기차'는 2024년 자동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로 꼽힌다. 올해 국내 전기차 수요는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수출량은 급증하면서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향후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가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내수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한 14만9939대가 판매되며 수요 둔화를 보였지만, 수출 시장에선 지난해 같은 기간(31만6654대)보다 65.7% 급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출량은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차 수출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연료별 누적 수출량을 살펴보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28만3685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6만1694대, 수소전기차 274대가 판매됐다. 친환경차 수출 물량 가운데 전기차가 하이브리드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높은 가격,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가 궁극적으로 수출량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기아는 'EV6', '니로', '쏘울' 등을 필두로 판매량 확대에 총력을 기울였단 평가다.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와 중형 전기 세단 'EV4'. (사진제공=기아)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와 중형 전기 세단 'EV4'. (사진제공=기아)

◆엔트리급 전기차 시대 본격화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함에 따라 2024년에도 신차부터 부분변경 모델, 완전변경 모델까지 각종 신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저가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엔트리급 전기차 보급이 빨라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경차 캐스퍼의 전동화 버전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보조금 적용 시 시작가격은 2000만원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7월부터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되며, 온라인을 통해 판매가 이뤄질 예정이다.

기아는 지난 10월 기아 EV데이에서 공개된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와 중형 전기 세단 'EV4'를 선보인다.

'EV9'의 외관 디자인을 닮은 EV3는 고속도로 주행보조,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등 첨단 주행 보조 장치가 대거 장착될 예정이다. 글로벌 출시 가격은 3만5000달러에서 5만달러로, 4000만원 중후반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보조금 적용 시 시작 가격은 3000만원 후반대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세단과 SUV의 중간 사이즈인 '크로스오버' EV4는 2024년 말 출격한다.

KG모빌리티와 한국지엠(GM 한국사업장)도 2024년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 올해 하반기 전기 SUV 토레스 EVX를 선보인 KG모빌리티는 2024년에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O1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화물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받으면 3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이쿼녹스 EV' 국내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쿼녹스 EV는 최신 전기차 플랫폼인 '얼티엄'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이쿼녹스EV는 150㎾의 DC 급속충전을 지원하며, 1회 완충 시 주행 가능거리는 미국에서 전륜구동 기준 약 513㎞로 인증받았다.

국내 출시 예상 가격은 5000만원 수준으로 예상되나, 한국지엠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출시 가격을 낮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보조금까지 받는다면 4000만원대 초반에 구입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브랜드도 국내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볼보 EX30은 현대차 코나 EV, 기아 니로 EV등과 소형 전기 SUV 시장에서 경쟁할 전망이다. 시작 가격은 사전계약 당시 보조금 적용 없이 4945만원이다. 스텔란티스 그룹 산하 지프는 전기 소형 SUV 어벤저 전동화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