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1.01 14:00
신세계백화점 신년 전시회에서 공개된 황중환 작가의 '구름 속 쌍룡'.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신세계백화점 신년 전시회에서 공개된 황중환 작가의 '구름 속 쌍룡'.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유통업계의 2024년 키워드는 ‘소비심리’로 요약된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마다 지갑을 굳게 닫은 상황에서 해빙무드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시각이다. 또한 내수 시장의 소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수출 증대 전략이 화두로 떠올랐으며, 이커머스 시장을 둘러싼 인수합병(M&A) 시장의 재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프라인 채널 '가성비+효율화+대형화'

최근 몇 년 동안 저성장을 거듭했던 대형마트는 올해도 고물가 현상의 지속으로 수익성 강화를 위한 전략에 고심을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기존 가격할인 행사와 함께 PB 제품의 활성화 방안 등 가성비 상품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노브랜드’를 비롯해 롯데마트 ‘오늘좋은’, 홈플러스 ‘시그니처’ 등 대형마트마다 보유한 PB브랜드들은 상품 다양화와 합리적 가격 제시로 고객 모객에 주력할 방침이다. 여기에 운영비 절감을 위한 키오스크와 셀프체크아웃 시스템 확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매장 효율화 전략 등도 주된 전략으로 꼽힌다.

외식물가 상승에 내식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를 대형마트로 끌어들이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신선식품이나 밀키트 등 그로서리 중심의 경쟁력을 확보하거나 맛집과 생활편의 서비스, 이벤트 요소를 강화한 팝업스토어 등 온라인 채널에 맞설 차별 포인트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은평구에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매장. (사진제공=롯데쇼핑)
서울시 은평구에 리뉴얼 오픈한 롯데마트 '그랑그로서리' 매장. (사진제공=롯데쇼핑)

기업형 슈퍼마켓도 대형마트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전망이다. 물류 효율화와 상품 구매력을 높이기 위한 ‘소싱 통합’, 무인판매 시스템 확대, 멤버십 프로그램 활성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및 반조리 식품 강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롯데슈퍼는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물류혁신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본부가 물류를 아우르고 각 매장은 접객에만 집중하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백화점 역시 고공성장을 이끌었던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줄어들자 이를 만회할 방법에 고심을 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더 현대 서울’은 해외 관광객 수요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상품 구색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더 현대 서울의 매출 10% 이상은 외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대형화 추세도 두드러진다.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고객 체험 요소를 강화하거나 다채로운 브랜드의 입점, 복합문화공간 조성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은 초대형 공간에 이러한 요소들을 담아내는 등 기존 경쟁점포와의 차별화 방안에 몰두하고 있다. 대형 매장들이 상권을 장악하면 점포 양극화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말레이시아 CU에서 진행된 빼빼로데이 행사에서 현지 직원과 고객이 빼빼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말레이시아 CU에서 진행된 빼빼로데이 행사에서 현지 직원과 고객이 빼빼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독자 상품+자동화'…식품업체 'K푸드'

내수 시장 포화로 신규 매장 확대가 쉽지 않은 편의점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나만의 상품’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각 편의점마다 ‘겟 커피’, ‘베이크하우스 405’, ‘연세말차생크림빵’ 등 다양한 독점 상품을 출시해 수익성 증대 효과를 누렸다. 올해도 차별화 상품을 늘리면서 유튜브와 SNS 등을 활용한 독창적 마케팅으로 판매 활성화를 꾀할 방침이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고정비용 절감도 화두다. 최저임금 부담을 덜면서 매장 관리를 더욱 편리하게 할 수 있는 매장 운영 자동화 시스템 등이 적극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CU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자동 발수 시스템인 스마트발주를 2.0로 업그레이드해 성능을 향상시켰고, 세븐일레븐은 물류 효율화 제고를 위해 배송로봇인 ‘뉴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GS25는 서빙로봇 ‘이리온’을 선보인 바 있다.

해외 시장 개척도 주목할 점이다. 편의점 3사의 해외 매장 수는 1000개를 넘었으며, 진출 국가는 몽골,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매년 진출 국가가 확대되고 있다.

해외 소비자들이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해외 소비자들이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식품업계는 ‘K푸드’ 수출 활성화가 지상과제다. 올해도 해외 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 수출 신기록을 이어갈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만두, 치킨, 김치, K소스, 가공밥, 김, 등을 ‘6대 글로벌 전략제품’ 사업으로 지목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PC그룹은 대표 브랜드 ‘파리바게뜨’의 영토 확장에 집중하는 등 미국을 중심으로 10여 개 국가에 진출해 500개 이상의 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 1위에 등극한 라면은 올해에도 쾌조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농심과 삼양식품은 현지 공장 증설과 수출 라인 확대에 나서며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각오다. 삼양식품은 이미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과업계도 내수보다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등 세계 각국에 현지화 제품을 출시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롯데제과도 인도 초코파이 시장을 장악하는 등 해외 성과가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김치 수출을 도맡고 있는 ‘종가집’의 대상은 미국 현지 공장 운영과 함께 현지화 제품을 출시하면서 매출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40여 개 국가에 수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21년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진제공=쿠팡)
지난 2021년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진제공=쿠팡)

◆온라인 채널 '시장점유율+M&A'

오프라인 채널과 달리 성장세가 여전한 온라인(이커머스) 시장에선 1위 사업자인 쿠팡의 독주 지속 여부가 관심사다. 쿠팡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이커머스의 수익성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까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 네이버, 신세계(SSG닷컴+지마켓)가 3강 구도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약 40% 후반대로 추정되며, 올해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30%까지 확대된다면 쿠팡 독주 체제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점유율 상승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쟁사의 반격과 함께 당분간 이커머스 춘추전국시대로 소강상태를 보일 수 있다.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약 250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이커머스 업체들마다 온라인 침투율이 약한 식음료 부문의 매출 증대를 꾀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오프라인 채널과의 가격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대형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 2021년 이마트의 지마켓 인수를 시작으로 야놀자의 인터파크 인수, 큐텐의 티몬, 인터파크 커머스, 위메프의 잇따른 인수가 이뤄지는 등 최근 몇 년 동안 시장 쟁탈을 위한 M&A가 치열했다.

최근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11번가와 함께 경쟁력을 잃고 있는 1세대 이커머스들이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다면 M&A 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다. M&A로 인해 현재의 3강 구도가 더욱 굳어지거나, 혹은 4강 내지 5강 구도로 쪼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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