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3.12.30 08:00

2%대 성장 목표…'금리 인하' 긍정적이나 '물가·PF' 등 난관 산적

2024년 경제는 '상저하고'가 예상된다. 꽃샘추위를 뚫고 꽃을 피워내야 할 한해가 이다. (출처=픽사베이)
2024년 경제는 '상저하고'가 예상된다. 꽃샘추위를 뚫고 꽃을 피워내야 할 시기다. (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2024년 우리나라의 경기 흐름은 올해와 같은 '상저하고'가 예상된다. 올해는 연초 전망(1.6% 내외)과 달리 받아 든 성적표(1.4%)가 나빴지만, 내년에는 현재 전망인 2%대 초반보다 더 나아지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우선 내년 2%대 성장의 배경으로 꼽히는 것은 '금리 하락'이다. 통상 금리가 떨어지면 성장률이 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3.50%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5.25~5.50%)와 상단에서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한은은 올해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연준 금리 인상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내년 3차례(0.7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시장은 한은 기준금리도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는 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금융시장 브리프'에 따르면 11월 금통위 직후 발간된 4개의 글로벌 투자은행(IB)도 내년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다만 시기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BNP파리바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2분기 이후부터 물가가 목표 수준에 근접하면서 인하가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고, JP모건과 씨티는 지속된 물가 압력으로 내년 3분기, 10월로 인하 시점을 판단했다. 인하 폭은 0.50~0.75%포인트로, 시점 차이가 있지만 금리 하락을 예상했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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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물가 하락 속도다. 한은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고려 요소로 물가 안정을 꼽고 있다.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3.6% 수준이다. 작년(5.1%)보다는 다소 떨어졌으나, 여전히 물가안정 목표치(2%)를 크게 웃돈다.

한은은 유가가 다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내년 물가 상승률은 상반기 중 3% 내외로 점차 둔화하고, 연간 전체로는 2.6%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야 물가안정 목표인 2%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낙관하기는 어렵다. 한은 예상대로 물가 흐름이 확인되어야만, 금리 인하를 본격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도 금리 인하를 미루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가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절대액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정책을 하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 오히려 금융 불안이 발생해 부채가 늘어나고, 금융 시장도 어렵게 된다"며 "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말 105.1%에서 2분기 101.7%로 떨어지면서 내림세를 보이는 만큼 당장 조정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은은 장기적으로 80%대까지 떨구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4년 고용은 양호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한은과 한국노동연구원은 내년 고용률은 62.9%로 올해보다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30만명대)보다 둔화된 20만명대로 예상된다. 내수 회복 약화 등으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둔화하겠으나,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 공급이 지속되고 있어 예상보다는 완만하게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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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는 결국 수출이다. 올해 수출은 감소했지만, 역대 3위 실적을 써 내려가면서 성장률 방어에 기여했다.

다양한 예측기관의 경제전망 수치를 모아 평균을 내는 전망치 컨센서스(블룸버그 컨센서스 등)를 살펴보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1.6% 수준에서 지속 하향되면서 4월 말에는 1.3% 수준까지 하락했다. 당시 씨티(0.7%), ING(0.6%) 등은 0%대에 불과했고 노무라(-0.4%)는 역성장까지 전망했지만, 하반기 IT를 중심으로 수출이 반등하면서 최악을 면했다.

올해 수출은 작년 역대 최대 실적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12월 20일까지 수출액은 6129억달러로 1년 전보다 7.5% 줄었지만, 2021년부터 3년 연속 '6000억달러' 돌파에 성공했다. 역대 3위 실적 달성이 확정적이다.

월간 수출이 10월부터 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11월에는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2%대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 회복 흐름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민생과 직결되는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 산업을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새로운 경제수장이 내놓을 정책도 2% 성장률 사수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추경호 부총리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떠나고,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기재부는 통상 연말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데 '2024년 경제정책방향'은 다음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새해 경제정책방향이 해를 넘긴 건 2008년 기재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최 부총리가 내놓을 첫 번째 경제정책방향은 '민생경제 회복, 잠재 리스크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 강화' 등 4가지 방향에 중점을 두고 설계된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관리 방안이 나올 예정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등 PF 부실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정상 사업장에는 충분히 유동성을 지원하되, 부실 사업장은 만기 연장을 중단하는 등의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지난 29일 취임 첫 F4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주재해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장별 맞춤형 대응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며 "정상화가 가능한 사업장은 적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대주단 협약 등을 통해 사업장 재구조화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도 PF 부실 관리에 동의하고 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위험은 많이 줄었지만, 높은 금리로 인한 부담은 증가할 것"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하나씩 구조조정을 해가고, 순서대로 큰 문제 없이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건설·주택 경기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5월 종료 예정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를 1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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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부동산 연착륙이 착실히 진행되는 가운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수출이 늘면 성장률이 2%대로 올라 잠재성장률을 상회할 수 있게 된다. 낙관론이긴 하지만, 본래 연초와 연말 전망은 시간 차가 있는 만큼 수치가 다르기 마련이다.

지난 2022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2023년은 중동사태가 우리 성장률을 낮추는 변수로 작용했다. 비관적인 상황이 갑자기 터졌다. 반례도 있다. 4%를 달성했던 2021년 연초 예상 성장률은 3%대 초반에 불과했지만, 반도체 활황 등 수출과 내수, 투자 및 재정이 모두 성장에 기여하면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4%를 달성했다.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 변수가 크게 작용했으나 상황은 언제나 변할 수 있다. 위기에 대비하면서 기회를 잡아 흐름에 탑승하는 정책 운용의 묘가 요구된다.

최 부총리는 지명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꽃샘추위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꽃샘추위를 이겨낼 수 있게 물가 안정과 경기 회복세 확산 등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취약부문의 잠재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 창출하도록 경제의 역동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4년은 우리 경제가 '꽃샘추위'를 뚫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갈 때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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