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1.01 06:00

고금리 상황 지속돼 연체율 상승 불안감
수익성 떨어진 금융사…금융지주 먹잇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차진형 기자)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올해 금융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다. 아직 글로벌 경제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내수 역시 과도한 가계대출과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성장동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본력이 충분하고 실적 변동성이 낮은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의 경우 위기 상황에도 대응능력을 갖췄지만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은 부동산PF 관련 위험에 직접 노출돼 있다. 특히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고 있어 실적이 하락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우려까지 높다.

◆美 금리인하 신호 줬지만, 여전히 높은 시중금리

금융업종의 최대 관심은 금리 방향성이다. 금리 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중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와 함께 움직이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영향력을 벗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부터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시중금리는 상승세를 보였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4년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뜻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인하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국내 시중금리도 하락 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여전히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금리 변화가 크지 않을 경우 주택담보대출금와 기준금리 격차도 다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담대 금리와 기준금리 간 장기평균 격차는 1.8%포인트 수준이다. 2023년 10월말 기준 격차는 1.1%p까지 좁혀졌다. 금리 격차가 줄어든 배경은 상생금융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의 가산금리 인하 유도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판단했던 은행권의 전망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다만 기준금리와 격차가 작은 주담대 금리는 판관비와 대손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은행의 수익구조 상 장기간 지속될 수 없다. 또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상반되는 낮은 주담대 금리는 가계부채 재급증을 유발할 우려가 높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시한폭탄 부동산PF…2금융권 부실 확산 우려

2024년 최대 위험요인은 부동산PF다.

2022년 하반기 경착륙 위기에 직면했던 부동산PF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정책 지원에 힘입어 일단 고비를 넘겼다. 이어 2023년 4월 모든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이 가동되면서 연착륙 기반이 마련됐지만 규모와 내용 면에서 의미있는 리스크 감축이 이뤄지지 않았다. 브릿지론은 대부분 회수가 아닌 만기연장만 유지 중이다. 만기연장을 선택한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와 부동산시장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올해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와 같은 기대는 무산됐다. 또 분양원가 측면에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이 급증하면서 토지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사업성 확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토지비용을 내리려면 브릿지론으로 구입한 토지가 시장에 저가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비용 증가로 인해 최종 손실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브릿지론을 대출해준 금융회사는 손실 인식이 불가피하다. 현재 자산관리공사나 경매 및 공매를 통해 처분되는 브릿지론 토지의 매매가격은 대출금액 대비 30~50% 낮은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브릿지론 중 30~50%는 최종 손실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금액이 일거에 손실로 반영되면 경제시스템은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순위, 비수도권, 비주거용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은 2024년에도 실적 하락 우려가 크다.

(표=나이스신용평가)
(표=나이스신용평가)

◆건전성 악화된 금융사 매물 급증…금융지주 중심 업계 재편

금융권 M&A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매물로 시장에 나와 있는 회사 외에도 부동산PF 잠재부실이 현실화되면서 실적이 악화되는 회사도 거론될 전망이다.

진원지는 연체율이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더해 부동산PF 대출 부실 확대도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증권사, 캐피탈, 저축은행은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 회사의 인수자는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가 거론된다.

최근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시키는 것보다 대형 금융회사가 인수합병을 하는 게 보편적이다.

미국 JP모건체이스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인수하고 스위스 UBS의 크레딧스위스 인수가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 역시 금융지주의 체력이 우수한 상태로 유사 시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투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최근 10년 내 가장 우수한 수준이다.

해외 사례와 같이 M&A가 성사된다면 금융업권 내에서 금융지주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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