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차진형 기자
  • 입력 2024.01.02 15:30

경제 상황 불확실 속 사회적 책임 높아져
기존 성공방정식 벗어나 디지털 역량 집중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제공=각 사)

[뉴스웍스=차진형 기자] 주요 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금리와 경기둔화, 부동산발 잠재리스크 등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상생금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도 내놔야 한다.

◆수익 추구보다 사회와 상생 선택

올해 신년사에는 거창한 계획보다 자기반성이 담겨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금리 상승은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이었지만 고금리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는 금리체계가 정당하고 합리적인가에 대한 불신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며 "때문에 이미 검증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항변보다는 우리의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 회장은 "가산금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중과 원가를 산정함에 있어 신용등급 체계는 적정한지, 우량 신용정보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확보한 정보는 제대로 활용했는지, 금리 감면요청 전에 선제적인 제안은 할 수 없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며 "성장을 멈추자는 것도, 무작정 나누자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진심을 바탕으로 고객,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신뢰받는 동반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은 고객 범주에 '사회'를 포함했다. 상생과 공존의 패러다임을 적용해 국민, 그리고 사회 전체로 범위를 확대해 재정의한다는 의미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적 고객 분류는 이제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ESG본부를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모든 사업 영역에서 고객을 섬기는 철학을 바탕으로 상품·서비스 판매 원칙을 전면 재정립해 나갈 것"이라며 "KB-고객-사회가 함께 커가는 공동의 상생전략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AI 확산 속 디지털 전환은 생존 결정요인

올해 디지털 영역에서 인공지능 활용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역시 이에 대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AI를 활용해 고객이 기대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금융뿐만 아니라, 곧 다가올 모든 산업과 서비스의 대전환에서 생존을 결정지을 핵심 요건"이라며 "농협금융도 올해부터 사업과 서비스 전 영역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전사적으로 구축 중인 슈퍼플랫폼에 금융은 물론 비금융서비스와 AI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완성형 슈퍼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하반기 출시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1월 초 IT 거버넌스 개편 이후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IT 사업 간 협업 등 개편 효과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 예정인 유니버설 뱅킹앱의 완성도 높은 성공적 출범을 위해 역량을 집중해 차별화된 디지털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슈퍼앱을 출시한 신한금융은 올해도 혁신을 주문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은 '일류 신한' 달성을 위한 일상의 기준이다. 올해도 관행의 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혁신과 도전에 나설 때"라며 "ESG·디지털·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신한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안에선 내부통제, 밖은 리스크관리 역량 강화

지난해 은행권은 금융상품 손실, 계속된 횡령사고 등으로 인해 신뢰를 잃었다. 이에 금융지주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부통제 강화를 선언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내부통제 부분에서는 내부자신고 제도 강화와 영업 현장에 전담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전반적인 체계를 업그레이드했다"며 "올해도 그룹 내 사각지대가 없도록 더욱 실효성 있게 업그레이드하고 윤리·준법의식 강화와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주문했다.

임 회장은 "올해는 글로벌 긴축과 3고 현상이 점차 완화되고 국내 경기의 성장세 전환이 전망되는 등 우호적인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미·중 갈등, 지정학적 리스크, 부동산PF 부실 우려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위험요인별 모니터링과 글로벌 리스크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이 있는 부분을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등 그룹의 위기 대응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도 "올해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관리가 요구된다.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인 고객의 자산과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확립해야만 고객으로부터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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