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채윤정 기자
  • 입력 2024.02.05 17:16

뉴삼성 구상 위해 인사 및 조직개편 추진 관측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 판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1심 판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채윤정 기자)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지난 2015년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회계 부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부담을 털고 경영 일선에 복귀할 이 회장은 '뉴삼성' 구상과 실행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5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13명에게도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나 삼성그룹 위상에 비춰볼 때 이번 재판이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킬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재용 회장 변호인은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며 "현명한 판단을 내린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항소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말씀 드린 내용 외에 따로 드릴 말이 없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현재로서는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찾아 일주일 내로 항소장을 접수할 경우, 이 회장은 다시 대법원 판결까지 재판장에 출석해야 한다. 이 경우, 앞으로 3~4년간 불완전한 경영 활동은 재현될 전망이다. 

부당 합병 관련 재판은 1252일 동안 106차례나 열렸다. 이 회장은 95차례나 법원에 출석해 사실상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없었다. 

◆지지부진했던 대형 M&A…'기대감' 커졌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그간 사법 리스크로 지지부진했던 대형 M&A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을 인수한 후 눈에 띄는 M&A를 단행하지 못했다. 

하만은 인수 6년 만인 지난해 실적으로 이 회장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줬다. 하만은 지난해 프리미엄 차량 위주의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만은 지난해 매출 14조3900억원, 영업이익 1조17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멈춰졌던 대형 M&A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답변을 해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CES와 지난해 CES 현장에서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대형 M&A를 착실히 진행 중"이라며 밝힌 바 있다. 또 2022년에는 "M&A가 활성회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M&A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신사업 발굴 조직을 잇달아 신설한 것도 대형 M&A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DX 부분에 부사장급을 수장으로 한 '미래기술사무국' 및 '비즈니스개발그룹'을 신설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대표이사 직속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전영현 삼성SDI 이사회 의장(부회장)을 단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배터리, 바이오, 태양전지, LED,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선정했는데 이 업종은 이미 우리 경제에서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AI, 로봇, 전장, 핀테크 등 기술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소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미래사업기획단에서 삼성전자가 앞으로 10년간 주력할 먹거리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어떤 사업들이 대상에 오를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 회장이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만큼 10년간 먹거리를 선정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주고, 글로벌 휴대전화 출하량 1위 자리를 애플에 넘겨줬는데, 이 회장이 이번에 무죄 판결이 나온 만큼 올해 반도체 및 휴대전화 사업을 진두지휘해 글로벌 1위를 되찾는 데 더욱 매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2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애플에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13년 만이다.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나서며 더 적극적인 경영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그가 내놓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 신뢰가 더욱 쌓일 것"이라며 "당장 반도체, 휴대전화 사업을 끌어 올리고 대형 M&A에 나서며 신사업을 발굴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에 다양한 산업을 결합 경영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등기이사 복귀 '책임경영' 나서나…'뉴삼성' 인사도 주목

이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아 등기 임원에 오르게 되면 경영 공백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그가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 등재하는 것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미등기 임원은 권한을 누리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만큼, 그가 책임 경영을 위해 등기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관상 이사회는 3~14인으로 구성하되, 현행법에 따라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면 된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는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이 회장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등기 이사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이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아 '뉴삼성' 비전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각에서 제기됐으나, 안정 위주의 변화를 추진하면서 비전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무죄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벗어던진 이 회장이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하고 관련 조직 개편을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 이후 꾸준히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 회장이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을 검토할지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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