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21 13:30

'기대수익비 1' 신연금으로 미래세대 불안 없애야

(자료제공=KDI)
(자료제공=KDI)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수익만큼의 연금 급여를 기금 고갈의 우려 없이 지급할 것을 보장하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KDI는 21일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를 통해 "현행 국민연금 제도는 기금 고갈의 위험 없이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적립기금은 2023년 1015조원(GDP의 44.8%)에서 2039년에 최대 규모인 1972조원에 도달한 이후 점차 감소해 2054년에는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행 연금제도는 기금 소진 후에도 약속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우선해 조정하도록 설계돼 있다.

다만 보험료율 조정만으로 약속된 연금 급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OECD에서 최고 공적연금 보험료율 수준인 33%(이탈리아)를 능가하는 35% 내외까지 인상해야 한다.

앞 세대가 훨씬 더 낮은 보험료율을 통해 동일하거나 더 높은 소득대체율을 누리는 것에 비해 현행 연금제도 시스템에 따라 기금 소진 이후의 세대에 대해서만 무작정 35% 내외의 보험료율을 강요한다면 세대 간 형평성이 크게 저해될 수 있다.

KDI는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로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큰 것을 지목했다. 즉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의 기대운용수익의 합에 비해 사망 시까지 받을 것으로 약속된 총급여액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앞 세대의 급여액 초과분을 현행처럼 뒷세대의 적립기금 및 기대운용수익으로 충당하게 될 경우 뒷세대에게 예정된 기대수익비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지고, 연금 기금 소진 시부터는 기대수익비 1조차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된다. 결국 앞 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을 상회한다는 것은 뒷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을 하회하며 장기적인 기대수익비가 1을 넘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저출산도 문제다. 출산율이 낮아지면 일차적으로는 보험료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들어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지고, 기금 소진 후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청년층이 늘어난 노령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출산율이 양호한 상황보다 기대수익비가 더 낮아진다.

(사진제공=국민연금)
(사진제공=국민연금)

이에 KDI는 매우 낮은 합계출산율 상황에서도 미래 세대에게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기 위해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특정 시점에서 구연금 제도를 정지하되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현재 기준 609조원 내외)은 일반재정이 보증하고, 기대수익비 1의 신연금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기성 세대의 노후 보장을 위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부담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완전적립식 신연금은 15.5%의 보험료율로 2006년생부터 현행 평균 연금 급여 수준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연금과 신연금의 병존은 출생연도에 따라 기대수익비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다가 2006년생부터 1로 수렴함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개혁이 추진될 경우 구연금 제도에서 보험료를 납부해 온 기성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여전히 1을 상회하나, 구연금 제도에 머물러 있던 기간이 짧아질수록 기대수익비는 2 내외에서 1 방향으로 수렴해 갈 것"이라며 "현재 60대에 이른 1960년생의 기대수익비는 2를 상회하나 현재 50세인 1974년생의 기대수익비는 1.5 내외로 하락하고, 이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2006년생 이후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1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신연금이 도입되도 기존 세대 대비 미래 세대의 기대수익비는 여전히 낮다. 그러나 이는 기형적으로 설계된 기존 제도가 이미 약속한 지급분을 파기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부분을 일반재정으로 충당함에 따라 기대수익비가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연금의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609조원(GDP의 26.9%) 내외로 추정되는 구연금의 미적립 충당금을 일반재정이 보장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개혁이 지체될수록 재정부족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개혁이 2024년보다 5년 후인 2029년에 단행될 경우 재정부족분은 609조원이 아니라 869조원(GDP의 38.4%)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추계된다. 재정부족분 규모가 커질수록 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혁을 지체시킴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지속하려면 보험료율 인상이 필수적이지만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상 수준으로는 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불가능해 보인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지속성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대수익비 1을 확보할 수 있는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부족한 연금기금에 대한 일반재정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축소시키기 위해 개혁은 가급적 조기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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