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2.22 18:30

"자유의지로 미래 포기 '불법' 아니야" vs "업무개시명령 거부 엄정 대응"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 의대 증원 반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2일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집단행동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 자유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것이 어떻게 집단행동이 되고 불법행위가 될 수 있느냐"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브리핑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전공의는 근로자이자, 피교육자 신분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필수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런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반증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 자유까지 박탈하는 정부의 위헌적 폭압은 정당성이 없다"며 "학생과 전공의가 모두 미래를 포기하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사라진다. 의사가 희망을 품고 환자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정부가 2000명 증원 근거로 제시하는 연구와 관련해 "이미 연구자들이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밝혔지만, 해당 연구들은 절대로 당장 의대 정원 2000명을 증원하라고 한 적이 없다"며 "정부는 진실과 다른 왜곡된 자료와 거짓말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의사의 포기 근성을 가속화시키는 위헌적 폭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사안을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수차례 논의했다고 한데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료계에서 수 차례 정부가 요구하는 인원 수를 공개하라고 했으나, 이 숫자를 밝힌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지난 14일 중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지난 14일 중사고수습본부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반면, 정부는 2000명 증원도 적다는 의견이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의사 확충의 속도는 정책적 판단 영역으로 정부는 의사 양성에 소요되는 기간과 필수의료 확충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며 "정부는 의과대학 희망수요 조사에서 최소 2000명 이상을 확인했고, 전문가와 점검 등을 통해 충분한 교육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논의 과정도 충분히 거쳤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은 어느 날 갑자기 논의된 사안이 아니다"라며 "2012년 의학계 추천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 TF를 운영해 의사 수가 1만5452명 부족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의사단체가 증원을 반대했고, 2020년에는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증원을 발표했으나 의사 집단행동으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3년 1월부터는 의협, 전공의 대표 등이 참여하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총 28회 논의했다. 5차, 8차, 10차, 20차, 21차, 22차, 23차 총 7번의 회의에서는 의사인력 부족 문제를 집중 논의했고, 논의에 진척이 없어 1월 15일에는 공문으로도 의견 제시를 요청했으나 끝까지 답변하지 않았다"며 "의료 현실을 생각할 때 의료계와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더 이상 의료개혁을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급격하게, 크게 늘린 게 아니라 거듭된 반대로 늦어진 것"이라며 "2000명 증원도 부족하지만, 부족한 부분은 최첨단 의료기술의 적용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한 다양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업무를 중단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지난 21일 오후 10시 기준 소속 전공의의 약 74.4% 수준인 927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은 근무지를 이탈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이같은 집단행동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일부 의료인들이 의료라는 독점적 지위에 따른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해 정부 정책 철회만을 주장하면서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 법무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고 불법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복귀를 거부하는 개별 전공의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불법 집단행동에 일시 가담했더라도 현장에 조기 복귀하는 경우에는 사정을 충분히 반영해 사건을 처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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