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4.03.06 17:48

"전공의 희생 의존해온 기형적 대형병원 운영구조 바로잡을 것"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정부는 의료현장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민을 위한 의료 개혁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해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하고, 의료 개혁 주요 과제 등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먼저 "보름 이상 계속된 의사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국민의 불편과 고통이 커지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협조해 주시고,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 여러분께 먼저 감사드린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키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수련 과정의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이 모두 마음을 졸여야 하고, 국가적인 비상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현실이 비정상적"이라며 "이러한 현상이야말로 의사 수 증원이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의 반발 논리에 적극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통계를 제시했고, 이외에도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함을 설명하는 많은 근거들이 있다"며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이 기간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이 1380명에서 3058명으로 불과 2.2배 증원된 점을 지적하며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해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한 상황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같은 기간 전체 대학 정원은 6만명에서 45만명으로 7.5배 늘어 전체 정원 대비 의대 정원 비중도 2.3%에서 0.7%로 3분의 2 이상 크게 감소했다고도 부연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 개혁은 의대 증원을 기본으로 하면서, 의료정책 대안을 함께 시행하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의사들이 수도권과 피부미용을 비롯한 비필수 분야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해소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위기에 처한 의료현장을 조속히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들의 실행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며 "지난주에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안을 공개한 바 있고, 거점 국립대의 의대 교수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중대본 회의에서는 응급, 고난도 수술에 대한 전폭적인 수가 인상과 함께 소아, 분만 등에 건보재정 투입을 확대하는 필수의료 보상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며 "난이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에 사후 보상을 추진하며, 지방의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공공정책 수가를 도입해 가장 시급한 분야부터 보상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급격한 증원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의료계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구체적인 통계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며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선진국의 학교 당 학생정원은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77명 수준으로 낮은 편이고, 교수 인력 측면에서도 현재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은 평균 1.6명에 불과해 법정 기준인 8명에 비해 전임교수의 수가 넉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과대학의 역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의학계의 건의를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은 "대형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기존의 기형적 병원 운영구조를 바로잡고, 전문의 중심의 인력 구조 재편과 숙련된 진료지원 간호사의 적극 활용 등을 통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의사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이들의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비상진료체계를 보다 강화해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진료지원 간호사(PA) 시범사업 시행, 공보의 및 군의관 투입, 추가 인력 신규 채용을 위한 인건비 지원 등을 실시하겠다"며 "소위 빅5 병원이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비중증환자를 지역의 종합병원 및 전문병원으로 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확대함으로써 그동안 왜곡된 상태로 방치된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등으로부터 의료계 집단행동 동향 및 대응 상황, 필수 의료 건강보험 보상강화 추진계획, 지자체별 비상진료 운영 상황, 의대 정원 증원 신청 현황 및 후속 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이어 시·도 비상진료체계 운영 상황과 응급 이송체계 운영 등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중대본 회의에는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13개 부·처·청이, 지자체에서는 17개 시·도지사가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이관섭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장상윤 사회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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