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20 15:15

한덕수 "의약분업 때 351명 감축해 의사 부족…적당한 타협은 피해 초래"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KTV 유튜브)
한덕수 국무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KTV 유튜브)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는 20일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의대 입학 정원은 3058명에서 5058명으로 늘어난다. 비수도권 의대에 증원분의 82%인 1639명이 새로 배정됐다. 나머지 361명은 경기·인천 지역에 배정됐다. 서울 소재 의대는 증원되지 않는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해 "인구 변화와 사회 변화, 의학의 발달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의사 인력 자체를 충원하는 작업 없이는 국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공급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지금이라도 의대 정원을 늘려 꾸준히 의사를 길러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교육 여건과 지역 의료 현실을 고려해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했고, 내년부터 증원해도 의대의 교육 여건은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며 "현재 규정상 의대 교수 한 명당 학생 수는 8명이지만 전국 40개 의대의 평균은 교수 한 명당 학생 1.6명에 불과하다. 해외 대학과 비교하면 미국 의대는 한 학년이 평균 146명, 독일은 243명, 영국은 221명인 반면 우리는 77명으로, 2000명 증원해도 127명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더 적은 규모로 타협하자는 의견을 내지만, 정치적 손익에 따른 적당한 타협은 결국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반발에 밀려 의대 정원을 351명 감축했다. 감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66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확보됐을 것이고, 2035년에는 1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됐을 것"이라며 "지금부터 2000명을 증원해 달성하고자 하는 그 규모로, 2000년 타협이 2035년 의사 부족을 초래했고 올해 갈등과 분란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서도 집단 사직으로 병원을 이탈 중인 전공의와 휴학으로 학교를 떠난 의대생의 복귀를 촉구했다. 한 총리는 "병원 현장을 떠난 전공의와 교실을 비운 의대생들은 하루 빨리 환자 곁으로, 학교로 돌아와달라"며 "대화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정부는 여러분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는 의대를 졸업할 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고 서약한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이 이러한 서약을 지킬 수 있도록 환자 곁으로 다시 불러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편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강행함에 따라 이번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정부의 거듭된 복귀 요청에도 전공의는 요지부동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기준 응답한 98개 병원 전공의 9929명 중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는 308명(3.1%)"이라며 "일부 오차는 있겠지만 일주일 전인 11일 303명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하루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조사한 '유효 휴학 신청' 건수는 누적 8360건이다.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44.5%에 달한다. 

이날 정부의 2000명 증원이 강행됨에 따라 전공의·의대생 이탈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25일부터 본격화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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