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민서 기자
  • 입력 2024.03.20 19:00

1분기 정제마진 배럴당 15달러…'손익분기점 3배'
OPEC+ 원유 감산 연장 소식에 국제유가 오름세

[뉴스웍스=정민서 기자] 정제마진과 국제유가의 동반 하락으로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1분기 강세를 보이는 데다,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도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올해 1분기 배럴당 최고 15.3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 평균인 4.1달러에 비해 약 3.7배 상승한 것이다. 계절적인 비수기에 들어서며 3월 둘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5.9달러로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이 커지며,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들게 된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GS칼텍스)

국제유가 역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정유업계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82.73달러로 지난 10월 31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배럴당 86.89달러로 지난해 10월 27일 이후 가장 높았다.

이라크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향후 몇 달간 원유 수출량을 하루 330만 배럴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또 주말새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깃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공격이 이어진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글로벌 원유 시장에 공급 감소 우려가 확산하며 유가가 상승한 셈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은 '래깅 효과'로 인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통상 정유사가 산유국에서 원유를 구매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까지 1~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이때 유가가 상승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 정유사가 얻는 마진이 커지는 구조다.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사진제공=SK에너지)

증권가에서도 정유업계의 1분기 호실적을 점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45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한 수치로,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726억원)와 비교하면 6.3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5157억원)보다는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4분기(76억원) 대비 대폭 상승한 실적이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전망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사와 유사한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2분기 말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드라이빙 시즌과 여름철 성수기 등을 맞으며 여행객이 늘면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가격은 일반적으로 정제설비가 겨울용 연료에서 더 비싼 여름용 연료로 전환함에 따라 4월로 갈수록 상승하며, 5월 이후 드라이빙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추가적인 상승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선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정유사들 역시 향후 원유 구입 가격이 높아져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단기적으로는 재고이익에 따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당장의 재고이익 상승보단 국제유가의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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