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4.03.25 17:03

의대교수 사직서 제출 시작…대화 물꼬 틀었지만 '증원' 갈등 여전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 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의대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가운데, 보건의료노조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의대교수는 집단사직과 집단행동계획 철회하고, 정부는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위한 대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가시화된다면 의대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의 강대강 대치는 최악의 의료 대란 상태로 치닫게 된다"며 "의료 대란은 총선 득표용 게임이 아니라 환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대재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중추 역할을 맡아왔던 수련병원은 직격탄을 맞아 진료기능이 마비되고 비상경영체계에 돌입했다. 의료 대란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조속한 진료 정상화가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의대교수는 집단 사직서 제출계획과 집단행동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에서 환자생명을 지켜야 하며, 전공의는 조건없이 의료 현장에 복귀해 진료 정상화에 협력하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는 의사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압박조치를 유보하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필수의료·지역의료·공공의료 살리기 해법 마련을 위한 대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 2월 2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초유의 강대강 대치에 더는 환자가 피해를 보고 희생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 장기화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 "의료진의 빠른 복귀는 물론 양측이 각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며 "환자에게는 지금 당장 의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의대교수의 집단 사직서 제출은 현실화됐다. 우선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파국을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 교수직을 던지고 책임을 맡은 환자 진료를 마친 후 수련병원과 소속 대학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경상대, 계명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19개 대학이 참여했다.

다른 의대교수 집단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키로 했다. 고려대학교 교수들은 이미 오전에 총회를 열고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사직서 수리까지 한 달이 소요되는 만큼 이 기간 안에 사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일단 정부와 의료계는 대화 채널을 열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 방침을, 의료계는 2000명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철회 의사 혹은 검토 의사가 있다면 국민 앞에서 모든 현안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지화가 '0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과 정확한 추계, 현재 의대의 교육 여건과 전공의 수련 여건을 잘 반영한 결과가 나오면 누구나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증원 규모를 조정하면 협상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으나, 정부가 '2000명 증원' 방침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타협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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